전남 5일간 폭우에 피해농가 '한숨', 가뭄지역 '안도'

입력 2023-05-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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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내린 폭우로 전남 지역의 피해 농가와 가뭄 지역의 주민들 간의 희비가 교차했다.

수확을 코앞에 앞둔 쌀보리·밀 농가는 침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반면 제한급수가 해제된 완도군민들은 시름을 덜게 됐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닷새간 최대 341㎜의 비가 내리면서 전남 5개 시군(순천·고흥·보성·강진·장흥)에는 농작물 728ha가 침수·도복 피해를 봐 5억3천900만원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비가 잦아든 이날 오전 전남 보성군 조성면에서 밀보리 농사를 짓는 덕정마을 이장 이건호(64)씨는 빗물을 머금어 힘없이 쓰러진 보리가 가득한 논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그는 논에 가득 찬 흙탕물을 막대기로 이리저리 휘저으며 '올해 농사는 망했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다른 마을 농민들 역시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복구작업에는 손을 대지 못했고, 침수당한 보리에서 싹이 텄는지(수발아 현상)만 힘겹게 확인할 뿐이었다.

이씨는 "3주 후면 본격적인 수확 철인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배수라도 돼야 복구작업이라도 할 텐데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며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날이 개고 햇볕이 쨍쨍해 보리의 고개를 다시 세운다고 해도 이미 상품성은 떨어진 상태일 것이다"며 "속상할 따름이다"고 안타까워했다.



189㏊의 밀과 보리가 침수된 순천 낙안면도 망연자실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낙안면 평촌마을 이장 정옥동(64)씨는 "보리농사로 1년을 먹고사는데 피해는 말도 못 한다"며 "보리는 재해보험도 들지 못해 이번 피해는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심각한 가뭄을 겪는 지역에는 이번 비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전남 완도군 섬 지역은 지난해 3월부터 1~2일 급수, 4~6일 단수 등 제한급수가 시행됐는데 이번 강우로 용수를 확보해 1년여만에 해제됐다.

특히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지역 10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기존 25%에서 63%로 급등하면서 주민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가뭄에 빨래나 설거지도 제대로 못 하고 몸도 씻지도 못했던 섬 주민들은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저수지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밤새 내린 비에 저수지가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46세대 80여명이 거주하는 완도군 보길면 부황리 이장 이찬(49)씨는 "비가 내리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지친 상황이었다"며 "드디어 마음 놓고 씻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 "그저께 밤에는 수위가 올라오는 저수지를 들락날락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꽉 찬 저수지를 보고 마을회관에 모여 내리는 비를 보고 파티를 하기도 했다"며 기뻐했다.

이번 닷새간 강우로 광주·전남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은 30%를 넘어섰으며, 완도 섬지역 10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63%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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