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보된 와중에 에어컨 시장에서 국내 양대 가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간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연 200만∼250만대로,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는 5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7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객 수요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를 인용해 자사 에어컨이 1분기 국내 시장점유율(수량 기준) 4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3년 이후 10년 연속 1위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은 무풍 에어컨의 인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LG전자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GfK 자료상 LG전자의 점유율은 32.5%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번 데이터에도 LG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국내 시장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3년에는 삼성전자가 GfK의 비공개 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 1위'라는 TV 광고를 내보내자, LG전자가 한국방송협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LG전자는 휘센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에어컨 시장점유율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있는 곳은 없다"며 정면 반박하고, LG전자가 GfK 통계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GfK의 '리테일' 통계를 인용하면서 가정용이라고 번역했던 것을 소매용으로 바꾼 것"이라며 "통계수치상 삼성전자가 1위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맞대응했다.
이번 신경전에는 최근 논란이 된 에어컨 화재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소방청이 집계한 최근 10년간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총 2천55건이다. 발화 요인별로는 전기적 요인이 1천5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품 결함은 2건에 불과했다. 다만 이를 놓고 어느 제조사 제품의 화재 건수가 많은지 등이 논란이 되며 양사의 신경전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양사는 그동안 에어컨뿐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놓고 끊임없이 '기술 우위' 논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상대 제품의 '흠집 잡기'는 물론이고 소송전도 불사했다.
'세탁기 파손' 사태가 대표적이다.
2014년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LG전자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양사가 정면충돌했다.
앞서 2012년에는 삼성전자가 자사와 LG전자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부어 실제 용량을 비교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수백억원 규모의 법정 싸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 'TV 전쟁'도 이어졌다.
LG전자는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에서 "삼성의 QLED 8K TV는 8K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앞서 수년간 삼성전자는 LG 올레드 TV의 '번인'(burn-in·화면 잔상) 문제를 파고들며 "TV 모니터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LG전자는 삼성전자의 LCD 기반 QLED TV에 대해 "자발광 TV인 양 행세한다"고 평가절하했다.
"(삼성은) OLED는 영원히 안한다"고 하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올해 10년 만에 국내 시장에 OLED TV 신제품을 내놓으며 "지금은 어느 정도 (번인이) 개선됐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어서 라인업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