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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탈(脫)달러화 현상…위안화, 달러화 넘어서나?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입력 2023-05-22 08:15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간 통화정책 동조화(synchronization) 추세가 깨지면서 탈(脫)달러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이후 유지돼온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브레튼우즈 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태환 제도를 말한다.

브레튼우즈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닉슨의 금 태환 정지 선언 때부터다. 그 후 브레튼우즈 제체는 구소련의 세력 확산을 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을 도모해 방지하려는 미국의 숨은 의도가 작용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골간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의 묵시적인 합의 하에 유지돼 왔다.



‘탈달러화’를 우려할 만큼 브레튼우즈 체제가 크게 흔들린 것은 1980년대 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더는 용인할 수 없는 위험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여러 방안을 동원했으나 결국은 선진국 간의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치러야 할 희생도 컸다.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패권을 도요타, 소니로 상징되는 일본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팍스 재팬시아’ 우려와 함께 엔·달러 환율이 79엔대까지 떨어질 만큼 달러 가치가 크게 흔들렸다. 탈달러화 방안의 일환으로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인민폐를 합한 ‘엔민폐’가 대신해야 한다는 구상까지 논의됐다.

한없이 추락하던 달러화 위상이 다시 강화됐던 것은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루빈 독트린’이라 부르기도 함)와 아시아 외환위기 덕분이었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고 아시아 통화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는 과정에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 간의 구도가 재현됐기 때문이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금융위기까지 발생함에 따라 달러화가 더는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과 함께 미국 이외 국가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탈달러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던 탈달러화 현상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미국과 경제패권을 다툴 정도로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유지하는데 기본전제인 미국경제 위상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의 WTO 가입을 용인한 것이 미국의 결정적인 실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초와 달리 이번에는 탈달러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데 미국이 먼저 풀어야 할 쌍둥이 적자, 즉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채무가 위험수준를 넘어서 디폴트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세계 경제 중심권이 이동되면서 브레즌우즈 체제가 안고 있었던 문제, 즉 △기축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기축 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화보유에 따른 부담 등이 노출되면서 국가 간의 협약이 뒷받침되지 않는 채로 유지되고 있다.

트리핀 딜레마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 제시한 것으로 기축 통화국은 경상수지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나,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부채 증가로 신뢰성이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기축 통화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메커니즘이 약화돼 궁극적으로 기축 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유동성과 신뢰성 간의 상충관계를 말한다.

‘트리핀 딜레마’는 특정국(예: 미국)이 기축 통화국의 역할을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으로서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축 통화국은 ‘시뇨리지(화폐발행 차익) 효과’와 저금리 차입 등의 ‘과도한 특권’을 독점적으로 누리게 돼 다른 국가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미국은 기축 통화국으로서 얻는 글로벌 시뇨리지 효과에 힘입어 민간소비를 연평균 0.6% 포인트씩 제고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와 교역규모에 비해 이런 특권이 너무 크다는 것이 다른 교역국의 불만으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시스템이 아닌 현재 국제통화체제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떨어지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미국은 경상수지적자를 시정하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어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한다. 국제통화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협약’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탈달러화 현상은 중국이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시진핑 주석(2022년 10월 공산당 대회 이후부터는 ‘영수’)이 집권한 이후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야망이 알려지면서 탈달러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출발점인 일대일로 참가국과 구체금융 수혜국은 원칙적으로 위안화로 결제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패권 다툼 차원에서 미국이 동맹국과의 결속을 강화할수록 중국의 탈달러화 노력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사우디아리비아 등 중동 산유국가, 브라질 등 중남미 핑크 타이드 국가가 속속 위안화 결재권에 참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안화가 달러화를 제치고 기축통화로 부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달러 이외 특정국 통화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거래적 동기, 가치저장 기능, 회계 단위 등 화폐의 3대 기능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민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자 기능을 함께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존 통화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앞으로 국제통화체제는 새로운 기축통화를 도입하는 방안보다 현 통화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정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인 ‘트리핀 딜레마’를 완화하기 위해 G20 서울회담에서 마련된 ‘경상수지 예시 가이드라인’를 실행에 옮기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재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갖고 있는 과도한 특권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다른 국가들도 자국 통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 차원에 그쳤던 원화의 국제화 과제도 이런 방향으로 속도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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