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72kg' 성전환 女선수, 국내 최초 도민체전 출전

입력 2023-06-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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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나화린씨,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



국내에서도 성전환 선수의 공식 대회 출전 시대가 열렸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나화린(37)씨가 이번 주말 양양에서 열리는 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 3종목 여성 부문에 출전한다.

키 180㎝, 몸무게 72㎏, 골격근량 32.7㎏의 건장한 신체 조건을 가진 나씨는 일생의 대부분을 남자로 살았다. 성전환 수술을 한 지 1년도 채 안된 그는 국내 최초로 트랜스젠더 대회 출전이라는 이정표 수립을 앞뒀다.

나 씨의 대회 출전을 불허할 방법은 없다. 대한체육회 선수 출전 규정에 성전환 선수와 관련한 내용이 없어서다.

체육회 경기인 등록 규정을 살펴도 나 씨의 사례는 등록 결격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등록 결격 사유는 주로 폭력과 성폭력, 승부조작, 편파 판정, 횡령 배임 등 4대 악에 연루됐거나 이 탓에 제명당한 선수, 지도자들의 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 세계적으로 성전환 선수 규정 정립은 걸음마 단계다.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회 주관 단체가 이제 막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거나 강구 중이다.

스포츠에서 최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성전환 사례는 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수술한 경우다. 성적 정체성을 뒤늦게 깨달아 자연이 준 남성을 버리고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선수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이도 적지 않지만, 스포츠 대회 출전에서는 크게 주목을 못 받는다. 힘으로 맞붙는 승패의 세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한 선수들에게는 '포용성'과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다양성과 성 소수자 인권 배려 목적에서 이들을 여성으로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성전환으로 호르몬이 바뀌었다지만 기본적으로 남성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이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하거나 호르몬 검사 등을 강력하게 진행해 경쟁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주요 IF는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 성전환 선수의 출전을 불허한다.

세계육상연맹(WA)은 올해 3월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7·10·15인제 럭비 대표기구인 월드 럭비(WR)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했다. 국제수영연맹(WA)도 지난해 성전환자 중 12세 이전에 수술받은 선수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도록 제한하는 기준을 새로 발표했다.

전 세계 IF의 상위 기구격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1년 성전환 선수의 자격 초점을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에서 경기력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바꾸라는 새 권고안을 제시했다.

성전환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경기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과 이는 무리한 견해라는 주장은 지금도 팽팽히 맞서 있다.

나씨는 대회 출전 목적이 '수상'이냐는 질문에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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