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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횡령사고에 상사도 책임?…이럴 때 '부당해고' 입니다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6-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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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한파가 매섭습니다. 경기침체 여파에 신규채용이 줄고 구조조정이 불어 닥치며 청년층과 경제 허리 40대들의 일자리 시장엔 냉기가 가득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5월 고용률은 7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하지만 늘어난 35만명의 취업자의 대부분은 60세 이상 노년층이었고 청년 취업자 수는 7개월째, 40대 취업자 수는 11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취직도 잘 안되고, 갈 곳도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그나마 다니던 직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를 당한다는 건, 상상만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한 일이죠.

하지만 누구나, 또 언제든 부당해고라는 현실을 직면할 수 있습니다.

● 해고 이유 정당하지 않거나 징계 과도하다면 '부당해고'

부당해고란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 이유가 불합리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된 해고를 말합니다.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해고할만한 사유가 아닌데도 징계를 과도하게 내려 해고했다면 부당한 해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는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 것이 가능한데요.

징계 혹은 해고가 징계사유, 징계절차, 징계양정(징계수위 결정)의 정당성 중 하나라도 부정될 경우 부당해고는 무효가 됩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석달 내에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노위는 부당한 해고가 성립한다고 판정되면 사용자(사업주)에게 구제명령을 해야 하며 노동위의 구제명령을 받은 후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겐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지노위는 초심 판단을 내리며 지노위의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에 불복 의사가 있는 사업주는 명령서나 기각결정서를 통지 받은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결론 지은 주요 심판사건 판정 사례를 통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 징계의 정당성 등의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직원이 횡령사고 쳐도 지점장 해고는 '부당'

# 부산에 있는 한 은행 지점장 A씨는 은행 내 대출담당 직원의 횡령 사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횡령사건의 주범이었던 직원은 책임자가 대출서류 확인을 소홀히 한다는 점을 이용해 지점장의 책임자 인증토큰을 임의로 사용, 약 49억원에 달하는 고객의 대출금을 횡령했는데요.

은행 측은 지점장에 대해서도 '지점장으로서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자 인증토큰 관리 소홀', '동일 업무 근무자 순환배치 미이행' 등의 책임을 물어 횡령 직원과 같은 징계해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행위 구제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는 과도해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중노위는 A씨가 지점장으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측면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책임자 인증토큰의 비밀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에도 자신의 책임자 인증토큰의 비밀번호를 직원에게 공유했고, 2년 이상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함에도 후임자가 대출업무를 숙지하지 못하였던 사정으로 순환 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노위는 담당자가 임의로 만든 도장을 사용하거나 고객과 가족, 친구 등의 핸드폰 번호를 임의로 바꿔 안내 문자메시지가 가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횡령했고, 그간 감사에서 횡령사고와 관련된 대출 건에 대해 지적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봤습니다.

이에 지점장이 담당자의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횡령 행위자의 비위행위를 미리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지점장의 관리·감독 소홀의 비위 행위가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은행 측이 과거 횡령 사고가 발생했을 때엔 사고 관련자는 행위자에 비해 낮은 단계로 처분했는데도, 대규모 횡령 사고라는 이유만으로 횡령 직원과 같은 해고 처분을 내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봤습니다.



● 무단결근 등 근태 불량한 수습사원 해고는 '정당'

# 경비·미화 등 시설관리 업체인 B사는 C씨와 3개월 수습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출근 2달 만에 C씨가 통근버스 안에서 손목에 상해를 입고 통증을 호소하자 사용자는 C씨에 9일간 업무 배제 조치를 취하고 이 기간 동안 입금을 모두 지급했는데요.

하지만 C씨는 업무 배제 조치 마지막 날 병원 진료를 이유로 조퇴한 후, 다음날부터 병가와 휴가 신청 등의 조치 없이 무단 결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측이 여러 차례 출근을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C씨는 약 열흘 간 특별한 이유 없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회사의 연락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C씨의 무단결근 일수가 12일에 이르자 결국 회사 측은 근로계약서상의 '수습기간' 조항에 따라 시용(수습) 기간 중인 근로자에 대해 '수습사원 종합평가'를 실시했고 C씨는 10개의 평가항목에서 대부분 '미흡'의 평가(42점)를 받았습니다.

채용합격 점수인 70점에 한참 부족한 결과에, 회사는 C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채용취소 통보서를 보냈지만 C씨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생각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즉시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보수를 받는 것이 원칙인데요.

하지만 시용 또는 수습 근로자의 경우 일정 기간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습사원은 평가결과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저임금과 쉬운 해고를 위한 편법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선 중노위는 수습 중 해고를 당해도 정당하다는 판정을 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단결근을 한 수습 사원을 해고한 것은 시용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수습사원 해고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중노위는 근로자가 수습사원 종합평가 결과 채용합격 점수에 미달했고 '수습기간 중 근로자의 적성, 자질, 능력, 적응도 등을 종합해 직원으로서 채용 여부를 판단해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즉시 출력이 가능한 전자문서 형태로 관련 규정과 해고 사유, 해고 시기 등이 적힌 채용취소 통보서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것도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 업무 소홀·직장 내 괴롭힘에도…"개선 기회 주지 않은 해고는 과해'

# 서울 강남에 있는 암호화폐 서비스 플랫폼 개발업체 D사에서 일하는 개발자 F씨.

D씨가 E사가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근무능력 부족해 업무성과가 매우 낮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하자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D씨는 암호화폐 서비스 플랫폼 백엔드(Back-end, 서비스 사용자가 취하는 요청과 데이터 저장·관리하는 서버가 매끄럽게 연동돼 작동되도록 하는 서버 개발 분야) 개발자로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팀장으로서 해당 개발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했는데요.

그러나 업무 수행과정에서 개발이 늦어지고 서버의 잦은 오류 등에 따른 손해가 계속 발생했고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등 비위행위 문제까지 불거지자 E사는 D씨의 더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근로자를 징계 해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D씨는 일부 과오는 인정지만 회사 측이 주장하는 비위행위는 인과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고 자신의 책임으로만 보기 어려움에도 해고한 것은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노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만 책임이 있다거나 단순히 직무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넘어 비위행위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징계사유 중 '사내질서 문란 야기 및 직무상 명령 불복종',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비위행위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됨에도 직무 태도, 능력 부족과 직접 관련이 있는 비위행위는 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거나 부족했다는 것인데요.

설령 그 사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회사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이에 대한 개선 기회를 준 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능력이 실제 개선됐는지 여부를 살폈어야 했고, 또 향후에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지 여부, 근로자의 태도가 어떠한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 해고는 부당하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는 더 이상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D씨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사회통념상 사용자가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처분으로 부당하다고 판정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먼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럼에도 경영상 필요가 소멸하지 않을 때 최후수단으로 해고를 할 수 있는데요.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부족 등으로 성과가 미진하더라도, 이에 대한 개선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기존의 판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중노위 판정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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