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2명을 출산 직후 살해한 뒤 시신을 수원 자택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해 온 30대 친모가 경찰에 구속됐다.
수원지법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영아 살해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소재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남편 B씨와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임신하게 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8년 11월에 넷째 자녀이자 첫 번째 피해자인 딸을 병원에서 출산한 후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또 2019년 11월 다섯째 자녀이자 두 번째 피해자인 아들을 병원에서 낳은 뒤 해당 병원 근처에서 마찬가지로 살해했다.
A씨의 범행은 감사원이 보건당국에 대한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당국에 그 결과를 통보하면서 드러났다.
감사 자료를 전달받은 수원시는 A씨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A씨가 출산 사실을 부인하자 이달 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그를 긴급체포하고, 22일 0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A씨가 불출석함에 따라 검사의 의견 진술만 진행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는 사건 관련 서류와 검찰 의견 등을 검토해 영장을 발부했다.
A씨의 남편은 참고인 조사에서 "아내가 임신한 사실은 알았지만, 아기를 살해한 줄은 몰랐다"며 "낙태를 했다는 말을 믿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편 진술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고 보고,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남편이 넷째 딸과 다섯째 아들의 출산 당시 아내의 퇴원서에 서명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작업을 벌이는 한편, A씨에 대한 구속이 결정됨에 따라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A씨는 체포 당일 1차 조사 후 별도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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