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3년 만에 최대 굴욕…"프리고진 안전 장담 못해"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6-26 11:31   수정 2023-06-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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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기업인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집권 23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반란 하루 만에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크렘린궁과 협상을 벌여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프리고진이 이러한 결정 이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1일 반란'에 그친 이번 사태와 관련해 CBS에 출연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었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푸틴이 답해야 할 문제들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직 사건이 진행 중이기에 이번 사태를 매우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수하던 중 러시아 주민들과 만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로이터)

한편 반란을 주도하고도 처벌을 피한 프리고진은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이 맺은 합의에 따라 벨라루스로 망명할 것으로 보인다. 반란군 역시 안전보장과 형사 처벌 중단을 조건으로 하루 만에 철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2000년 집권 이후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그대로 덮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벨라루스로 망명하더라도 프리고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푸틴이 러시아 내 보안당국이나 군 동조 세력 등 잠재적인 배후를 찾아내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바그너와 러시아간 합의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은 보고서를 통해 크렘린궁의 발표 내용에 허점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ISW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특정 용병이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불분명한 데다 반란에 동조한 용병의 운명에 대해서는 사면 조치한다는 것 외 다른 점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의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ISW는 전했다. 크렘린궁과 프리고진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해도 "바그너그룹이 국방부에 통합되는 데 대해 전적으로 협조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게 ISW 설명이다.

(반란군이 떠난 뒤 안도하는 러 주민들/로이터)

이번 반란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군 내부의 불만이 누적된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 사태를 수습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란을 막지 못한 푸틴이 자신의 권력에 대한 위협을 의식해 러시아 엘리트 군, 정치인 등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즈 등은 현지시간 2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의 반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데다, 수뇌부에 대한 처벌도 사실상 포기한 점을 집중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알렉세이 베네딕토 모스크바 라디오방송 전 편집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꼬집고, 대대적인 내부 개혁을 하더라 집권 동력 약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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