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한일 통화스와프'…"강달러 잠재울 안전판"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6-29 18:54   수정 2023-06-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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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한국과 일본이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부 전민정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오늘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8년만에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가 결정됐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오늘 오후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7년 만에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가졌는데요.

    추 부총리는 약 한 시간 전인 5시 경 일본 현지 브리핑을 통해 양국이 8년 만에 한일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이고, 계약 기간은 3년 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처음 체결한 건 2001년인데요.

    20억 달러로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2011년 잔액이 700억 달러까지 불어나며 10년 만에 30배 넘는 규모까지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며 2015년 2월 계약이 종료됐고 이번에 8년만에 양국간 통화스와프가 재개된 겁니다.

    특히 이번엔 통화교환 방식이 달러화 베이스로 업그레이드됐는데요.

    우리가 원화를 맡기면서 일본 측에서 보유한 달러화를 차입하고, 역으로 일본이 엔화를 맡기면 우리가 달러화를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달러화 기반이라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한때 700억달러까지 잔액이 늘었는데, 이번엔 그 규모가 작네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양국은 처음부터 이번에 재개하는 통화스와프를 최소 규모로 논의했는데요.

    지금이 2011년처럼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규모도 세계 9위 수준에 4,200억원 넘을 정도로 넉넉해 외환 급전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또 올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은 외국에 갚아야 할 돈인 대외채무 보다 빌려준 돈인 대외채권이 3,560억 달러나 더 많습니다.

    대외건전성 지표도 그만큼 양호하단 얘기죠.

    따라서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일 양국이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경제 협력 창구를 다시 연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복원하기로 하면서 한일 수출규제가 4년만에 완전히 해소됐는데,

    이번에 통화스와프까지 체결되면서 한일관계가 금융협력 분야까지도 복원되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추경호 부총리도 현지에서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미·일 등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선진국들 간의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고요.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꼭 환율안정 등 경제적 요인 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관계가 다시 회복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8년만에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면서 외환시장 안정화 등의 효과도 적지 않을텐데요. 특히, 원화와 달러화를 주고받는 달러화 방식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어떤가요?

    <기자>
    엔화는 국제간 결제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인데요.

    때문에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로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진 한국의 외환시장 불안 확산을 막는 '심리적 안전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앵커가 말한 대로 엔화 스와프가 아닌 달러 스와프로 추진되면서 실효성이 훨씬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향 안정에 큰 도움이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달러 공급이 부족해지는데요, 이럴 때 일본에 맡겨둔 원화 대신 달러를 가져와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앵커>
    통화스와프 체결 이외에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선 어떤 논의와 합의가 이뤄졌나요?

    <기자>
    우선 양국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 펜데믹 위협과 같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맞서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또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구조 개편과 신규 금융 프로그램 도입과 같은 제도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고요.

    양국간 국제조세 논의 활성화 차원에선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도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양국 장관은 내년 한국에서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는데요.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매년 '셔틀' 방식으로 양국에서 번갈아 열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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