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짓는 건설사, 뭐 하나 봤더니

방서후 기자

입력 2023-06-30 19:05   수정 2023-06-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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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심층분석 시간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오늘(30일)은 어떤 주제로 이야길 할 거죠?

    <기자>

    오늘은 집 안 짓는 건설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건설사가 집 안 지으면 뭘 하느냐, 의문이 드실 법도 한데요.

    바꿔 생각하면 건설사별로 매출의 최대 70% 이상을 차지했던 주택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왜 이렇게 까지 됐고, 그러면 건설사들이 도대체 집 안 짓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 오늘 들려드리겠습니다.

    <앵커>

    주택사업이 왜 돈이 안 됩니까?

    <기자>

    한 마디로 남는 게 없습니다.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원자재 가격을 치솟게한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실제 80%대 초중반이던 주요 건설업체들의 원가율은 90%를 훌쩍 넘어섰고요.

    원가율이 높아지면 매출은 늘지 몰라도 영업이익은 깎입니다. 현대건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대로 예금이자보다도 수익이 저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사업만 고집하면 불어난 덩치에 비해 기업의 내실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래도 최근엔 주택 가격이 반등하는 곳도 있고, 미분양 주택도 줄고 있지 않습니까?

    주택사업을 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미분양 주택이 줄긴 줄었습니다.

    지난달 기준 6만9천가구로 3개월 연속 줄면서 드디어 7만가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고 있는 6만가구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고요.

    무엇보다도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또 늘었다는 겁니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남아있다는 건 공사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건설사 유동성에 악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지금 미분양이 줄어든 건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그만큼 분양을 안했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주택 인허가 실적은 15만7,5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고, 같은 기간 누적 착공 실적도 50% 가까이 줄어든 7만7,600가구에 그쳤습니다.

    결국 건설사들이 집을 안 짓고 있다는 건 사실이고, 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된 셈입니다.

    <앵커>

    어떤 일을 하나요?

    <기자>

    크게 친환경 에너지, 데이터센터, UAM(도심항공교통) 정도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우선 친환경 사업은 화학 공장이나 발전소 같은 플랜트 건설로 쌓은 노하우를 풍력이나 태양광 설비를 짓고, 나아가 수소를 생산하는 형태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포함 3개국 6개사 컨소시엄)이 최근 오만 그린수소 독점 개발사업권을 확보했는데요. 국내 기업이 추진하는 해외 그린수소 사업 중에서는 최대 규모입니다.

    그린수소는 탄소배출 없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청정수소인데요.

    화석 연료보다 단위당 에너지가 3배나 높기 때문에 기차, 비행기, 트럭, 버스, 심지어 해상 운송에도 이상적인 연료로 꼽히는 만큼 연평균 61%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DL이앤씨는 탈탄소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카본코'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는데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모았다가 활용하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을 합니다.

    향후 전세계적인 탈탄소 정책에 따라 탄소배출비용 부담이 큰 발전사,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체에서 관련 설비 수주를 따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데이터센터도 사실 그냥 지으면 되는 것 같은데, 굳이 신사업이라고 할 수 있나요?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시설이 된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이나 '데이터 곳간' 등으로도 불리는데요.

    이런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서버와 통신기기, 전원공급장치 등을 보관할 대규모의 공간을 필요로 하고, 기술 장벽도 높은 편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시설들을 시공만 했다면, 이제는 부지를 확보하고 설계에 참여하는 등 시행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인데요. 싱가포르 기업 '디지털엣지'와 함께 인천 부평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섰습니다.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인데요. 최근 4,400억원의 PF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디벨로퍼로 변신을 꾀했습니다.

    GS건설도 데이터센터 시공에 더해 운영 담당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IT업체의 전유물이던 데이터센터 운영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앵커>

    UAM은 도심항공교통, 한 마디로 비행기 아닙니까? 건설사가 뭘 할 수 있습니까?

    <기자>

    비행기라면 아무래도 공항이 필요하겠죠.

    건설사들은 UAM의 공항 역할을 하는 버티포트(수직이착륙장) 설계와 시공부터 운영까지, 교통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라는 게 있는데요.

    2년 뒤 국내 UAM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민관 합동 사업이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각각 컨소시엄으로 참여 중입니다.

    국책 사업과는 별개로 롯데건설이 롯데몰이나 마트, 백화점 등 도심 내 주요 거점 상부에 버티포트 설치를 검토하고 있고요.

    한화 건설부문도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에 UAM을 포함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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