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해 꿀벌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1주일가량 짧아지면서 사과, 배 등 농작물의 꽃가루받이를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꽃가루받이가 줄어들면 이는 비용을 증가시켜 과일과 채소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레딩대 크리스 와이버 박사팀은 10일 국제학술지 '생태 및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서 지난 40년간의 호박벌 같은 야생 꿀벌에 대한 조사·연구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평균 6.5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온난화로 봄이 더 일찍 시작되고 꿀벌 활동 시기가 이들이 의존하는 식물의 생태 주기와 맞지 않아 먹이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꿀벌들이 농작물 꽃가루받이를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지거나 작물 개화 시기를 놓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난 40년간 야생 꿀벌 88종에 대한 조사·연구 데이터를 분석, 35만 개 이상의 개별 기록을 통해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날짜가 시간 경과와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기혼 변화에 대한 반응은 벌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달랐지만 일부 벌들은 더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꿀벌 88종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는 10년마다 평균적으로 4일씩 일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꿀벌들은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겨울잠에서 평균 6.5일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상청에 따르면 영국의 겨울 기온은 2070년까지 1~4.5℃ 상승하고 습도도 30%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봄은 계속 더 일찍 시작되고 꿀벌의 활동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꿀벌 활동 시기의 변화는 꿀벌의 겨울잠이 끝날 때까지 꽃피울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과나무 등 곤충에 꽃가루받이를 의존하는 식물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꿀벌 겨울잠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식물 개화 시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과일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시점을 조사하는 프로그램(FruitWatch)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버 박사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꿀벌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새끼를 낳기 위해서는 꽃가루와 꿀이 필요하기 때문에 겨울잠이 끝나는 시기와 개화 시기를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꿀벌은 효과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다"며 "자연적인 꽃가루받이가 줄어들면 농민들은 양봉 꿀벌을 이용해야 하고 이는 비용을 증가시켜 과일과 채소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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