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도 줄줄이 폐교…활용은 더 어렵다

입력 2023-07-15 06:10  


학령인구 감소로 서울에서도 폐교가 등장하는 가운데, 폐교 지역이 잘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 개발 속도 내기 어려운 관련 법들…지역민 의견 수렴 난항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폐교된 후 매각되지 않거나 다른 건물로 탈바꿈되지 않은 '미활용' 폐교는 3곳이 존재한다. 2020년 폐교된 강서구 가양동의 공진중과 염강초, 2023년 폐교된 광진구 화양동의 화양초 등 3곳이다.

서울에서 폐교된 공립 학교는 이들 3개 학교와 1999년에 폐교된 강서구 오곡동의 오곡초(당시 국민학교) 등 총 4개가 있는데 오곡초는 폐교된 지 4년 후 심형래 감독의 영화사인 영구아트에 매각 처리되기도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폐교는 개발에 속도를 내기가 다른 건축물에 비해 어려운데,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폐교 재산(학교 이적지)은 폐교 후 10년 동안 용적률과 건폐율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학교 부지가 지역민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교육청에서 폐교를 입찰로 매각하거나 새롭게 건물을 지으려고 해도 10년 동안 밀도 제한을 받기 때문에 착수가 쉽지 않다.

서울시의 땅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도 개발에 속도를 더디게 하는 점 중 하나다. 보통 용지를 포함한 총 사업비가 500억이 넘으면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서울 내 학교의 경우 용지가 비싸기 때문에 500억을 넘는 경우가 많다. 타당성 조사, 투자심사 등 행정 절차만 2년 이상 추가되기 때문에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학교가 위치했던 곳이 대부분 지역의 핵심 부지여서 활용에 대한 지역민들과 지자체 등 요구가 다양해 이를 통일하기도 어렵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위치는 보통 굉장히 좋은 곳에 있다"며 "이에 따라 여러 단체의 요구가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교육청이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와 중앙부처에 폐교 활용 속도를 내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요구해왔으며, 지난 5월에는 폐교의 경우 총 사업비에서 용지비가 빠지는 등 일부 개정이 이뤄졌다.

폐교는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의 자산이며, 교육지원시설이나 주민복지 시설로 활용하거나 자체 활용이 없을 경우에는 입찰로 외부에 매각할 수 있다.

◇ 염강초 '허브 공립유치원' 개발은 무산…3곳 중 2곳은 비어있어

공진중, 염강초, 화양초 등 미활용 폐교 중 현재 사람이 드나드는 곳은 화양초 1곳뿐이다. 공진중과 염강초는 폐교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개발은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폐교된 화양초의 경우도 교육청에서 주민 시설인 화양미래교육문화원(가칭)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면서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며, 그전까지 서울시교육청과 성동광진지원청 관련 센터나 부서가 교실을 리모델링해 임시로 쓰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도 이달 초에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화양초 5층 교실로 이주했다.

강서구 가양동 위치한 염강초는 애초에 체험학습시설을 갖춘 공립단설유치원인 '허브 공립유치원'을 만들기로 했으나 저출생 등으로 진행이 어려워 지난달 20일 계획이 최종 무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염강초가 폐교된 해, 염창동에 공립유치원이 병설 유치원밖에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허브 공립유치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나 검토 결과 유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삽을 뜨지 못했다. 대신 유아교육진흥원 본원을 염강초 부지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염강초는 폐교 후 코로나19 백신접종 시설, 경찰서 지구대 등이 임시로 들어온 바 있다.

공진중은 에코스쿨(환경체험교육관)로 조성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완료, 이후 행정절차를 밟고 있으며 현재 건물은 비어있다.

이 세 학교는 교육이나 공공 관련 시설로 변할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폐교의 경우에는 운명을 장담하기 어렵다. 입찰로 매각될 경우에는 아예 다른 건물로 바뀌게 된다.

오곡초의 경우에도 현재는 영구아트 이후 재활용센터로 바뀐 상태다.

해당 재활용센터 관계자는 "여기는 학교의 흔적이 전혀 없다. 영구아트가 들어올 때 건물을 아예 다시 지은 걸로 알고 있다"며 "주변에 학생도 없고 논두렁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지역 폐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5개 자치구 중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을 제외하고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집값 상승의 여파로 경기도 쪽으로 학부모들이 이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에도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성수공고 등 3개가 폐교된다.

폐교가 늘어나는 가운데 폐교 부지 개발에 대한 중장기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은 산발적으로 폐교가 나오고 있어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고 적시에 진행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폐교에 대해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나오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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