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판사만의 문제일까

입력 2023-07-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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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음주운전범죄, 교통사고범죄, 최근에는 전세사기범죄에 이어 마약범죄까지 온라인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에 접속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범죄에 대해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근에는 그 범죄에 대한 재판 결과를 두고 다시 한 번 사람들이 크게 분노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하는 가벼운 형에 대한 분노이다. 이 두 번째 분노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판사를 향하기도 한다. “판사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판사가 피해자라면 달랐을 거다.”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죄질에 비해 형이 가볍다고 느끼는 경우 판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별 범죄에 대하여 형을 포함해 어떠한 판결을 선고할 것인지는 해당 범죄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권한이니, 만약 도저히 공동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없을 만한 형을 선고한 것이라면 판사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 헌법은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여 판사의 지위와 권한 행사를 보장하고 있으니, 형을 포함한 판결을 함에 있어서 판사는 특별히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헌법 제103조와 같이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판결한다. 범죄에 대해서는 형법을 필두로 각종 특별법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판사는 개별 범죄에 적용되는 법률에서 정한 형량 범위에 구속된다. 아무리 악질 범죄라도 판사가 법률에서 정한 범위를 넘어선 형을 선고해보았자 법률을 위반한 판결을 한 것이니 결국 상급심에서 시정될 것이다.

따라서 판사가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을 선고하려면 범죄를 규율하는 법률부터 현실에 맞게 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형사 재판의 기본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형법은 1953년에 제정된 후 오늘날까지 무려 70년간 형량 범위에 있어서 큰 변화 없이 답보 상태이다. 요즘 떠들썩한 사기죄의 형량 범위를 예로 들면 1953년 형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만환 이하의 벌금』, 현행 형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징역형의 형량 범위가 같다. 반면 통계청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1970년부터 2021년 사이에만 62.3세에서 83.6세로 21년이나 증가했다. 물론 그간 여러 특별법을 제정하여 형법보다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더 무거운 범죄에 적용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기본 범죄를 규율하는 형법의 전반적인 형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법률에 더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설정하는 양형기준도 판사가 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하는 기준이다. 양형기준은 법률은 아니므로 판사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밝히도록 한다. 양형기준으로 인하여 동질의 범죄에 대한 형량이 판사에 따라 과도하게 들쭉날쭉해지는 경우는 어느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스쿨존 교통사고나 음주운전에 대해서 새로이 마련된 양형기준이 적용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앞으로도 양형위원회에서는 형의 형평성 제고를 넘어 공동체 구성원이 납득할만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기준을 수립하여 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어떤 범죄에 대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려면, 책임감을 가진 판사의 진지한 재판 진행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형법을 포함한 관련 법률의 형량 범위가 사회 현실에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아니라면 과감히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주권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여된 역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법원 국선변호인(2023), 서울고등법원 소송구조(2023), 서울남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북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2023),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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