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3만가구 분양 '봇물'…말 못할 속사정은

방서후 기자

입력 2023-08-04 17:30   수정 2023-08-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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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이슈플러스 시간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 가져오셨나요?

    <기자>

    통상 8월은 분양시장에서 비수기로 꼽힙니다. 여름 휴가와 장마 등으로 견본주택을 찾는 내방객이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올해는 건설사들이 바로 그 8월에 분양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해서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앵커>

    이달에 얼마나 많은 분양이 예정돼 있나요?

    <기자>

    부동산R114에 따르면 8월 분양 예정 물량은 3만407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전달(1만8,183가구) 대비 70% 증가한 것은 물론 올 들어 가장 많은 새 아파트가 풀리는 겁니다.

    앞서 언급드렸던 것처럼 여름 휴가와 장마철 등으로 견본주택을 찾는 내방객이 줄고,

    또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가을철 수요를 대비해서라도 8월은 신규 분양이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올해 8월에는 1월부터 7월까지 월별 분양 물량 평균을 두 배 웃도는 3만 가구 이상의 분양이 대기하고 있고,

    9월 2만6천가구, 10월 2만7천가구 등 가을 성수기 예정 물량보다도 많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유가 뭡니까?

    <기자>

    우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그동안 밀렸던 분양을 쏟아낸 게 가장 큽니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분양가 상한제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을 미뤄왔다면,

    이제는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고 청약시장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거죠.

    원래 가을에 예정된 물량이 아니고서야 성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67대1로 지난해 연간 평균 경쟁률보다 6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1순위 경쟁률만 보면 지난 달 119대1을 넘어섰습니다.

    통상 50대1만 넘어도 과열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만큼은 사실상 부동산 호황기 수준을 회복한 셈입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8월에는 특히 서울에서 많은 물량이 쏟아집니다. 7천가구 넘는 공급이 서울에서 예정돼 있는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입니다.

    특히 이달에는 10대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도 상당한데요.

    서울에서만 5천가구 이상 나오고 전국으로 넓히면 1만3천가구가 넘습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1위로 밀린 HDC현대산업개발 물량까지 더하면 1만5천가구를 웃돕니다.

    <앵커>

    하지만 아직 지방은 서울만큼 분위기가 회복된 게 아니지 않나요?

    바꿔 말하면 나머지 2만3천가구 정도는 서울 아닌 곳에서 나온단 소리고, 아직 서울만큼 청약시장 분위기가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아파트를 팔겠다는 거잖아요 지금?

    이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줄줄이 분양을 대기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서울만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 대로 치솟았지,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경쟁률이 평균 10대 1에도 못 미치고 지방의 경우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사업장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물량을 밀어내는 이유는 서울에서 번 돈으로 지방 사업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분양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아파트를 지어야 매출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분양된 세대에 한해서는 계약금도 들어오고 중도금도 들어올 테니까요.

    문제는 준공될 때까지 미분양이 남는 경우인데. 그럴 때 건설사들에게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처럼 완판 단지가 생긴다면 그런 부분을 메울 수 있겠죠.

    <앵커>

    결국 모처럼 분양 큰 장이 섰는데도 건설사들에겐 남는 게 별로 없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2분기 기준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96%에 육박했습니다.

    인천 검단아파트 재시공 관련 비용을 한 번에 반영하느라 원가율이 107%를 넘어선 GS건설을 제외해도 93%에 달합니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률은 예금이자 수준까지 내려 앉은 이유입니다.

    여기에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안전과 품질 강화 이슈가 발생하면서 관련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경우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민간 아파트를 포함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293개 단지를 전수 조사하기로 한 이상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는 GS건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습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부실 공사에 대한 대응 등에 따라 마진 개선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택주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청약시장 분위기가 살아난다 한들 집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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