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전력’ 질주…그룹 버팀목

고영욱 기자

입력 2023-08-08 13:22   수정 2023-08-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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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효성중공업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올랐죠. 다른 계열사 주가를 보면 소년가장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효성 그룹 주요 계열사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효성 그룹 요즘 상황 먼저 정리해주시죠.

    <기자>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질책으로 시작합니다. 최근 조 회장이 그룹사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인데 제목부터 ‘책임경영 강화’입니다.

    몇 문장 발췌해서 소개해드리면 “사업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 “앞에서는 반성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지금부터 잘해보겠다는 말 만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요.

    조 회장은 통상 신년사 정도 외엔 메시지를 내지 않았는데 이례적고요. 참다못해 나온 메시지란 평가가 나옵니다.

    조직 문화를 바꿔야한다는 내용이지만 결국 실적 악화를 배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효성화학의 실적 악화는 정말 심각합니다.

    <앵커>
    몇 문장만 들었는데 답답함이 느껴지는군요. 효성화학 실적이 어느 정도로 안좋습니까?

    <기자>
    2분기 잠정실적대로라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지난 연말 자본총계가 1,115억 원이었는데 상반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2,247억원에 이릅니다.

    부채비율도 높은데요. 자본잠식을 반영하기 전인 1분기 기준 9900% 가량입니다.

    효성그룹 측은 정확한 수치는 이달 중순께 상반기 공시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효성화학이 갖고 있는 부동산 등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진행해 완전 자본잠식은 피하고 부채비율도 일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가까스로 완전 자본잠식은 피했지만 연말까지 자본금의 50% 이상 잠식된 상태가 유지되면 관리종목 지정됩니다.

    가장 좋은 건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거지만 1년 반 넘게(7분기)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유상증자도 어렵습니다. 지주사인 효성 지분율(현재 20.17%)이 떨어지면 자칫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못 맞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효성화학은 이르면 이달 중 영구채 발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입니다. 영구채는 빌린 돈이지만 회계상으론 자본으로 잡힙니다.

    <앵커>
    효성화학하면 돈 잘 버는 회사로 기억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기자>
    통상 국내 화학사 매출의 40%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효성화학의 주력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경우 냉온수 배관에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중국 건설경기가 좋지 않았고요. 여기에 중국이 자체적으로 화학산업 육성에 나서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춰보려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컸습니다.

    운영 미숙으로 셧다운을 반복했고 수율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손실이 계속돼 자본금은 거의 다 까먹었고 이걸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빚도 계속 졌습니다.

    이렇게 효성그룹 소재 계열사 밸류 체인에 가장 앞단인 효성화학이 무너지면서 그 재료를 받아쓰는 효성티엔씨 같은 회사들도 줄줄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효성중공업은 전혀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서 화를 면했습니다.

    <앵커>
    중공업은 사업구조가 어떻게 되죠?

    <기자>
    효성중공업은 크게 전력기기 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나뉩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매출 기준 전력 56%, 건설 42%)

    이중에서도 전력기기 사업의 경우 슈퍼사이클을 타고 그야말로 전력 질주하고 있습니다.

    전력기기 수명이 통상 30년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력기기의 70%가 25년 이상 됐습니다. 교체수요가 계속 나오고 있고요.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미국 내 공장을 갖고 있는데다 그동안 꾸준히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수주도 잇달아 성공하고 있습니다. (수주잔고 3조5천억원)

    덕분에 효성중공업은 2분기 매출로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1조 1천억원, 영업이익은 두 배(103%) 넘게 늘어난 850억원의 깜짝 실적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여기 안주하지 않고 수소 생산이나 풍력 터빈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쪽 미래 먹거리 발굴하고 있습니다.

    주가도 이에 반응했는데요. 지금 17만원 대까지 내려오긴 했습니다만 한때 증권가 목표가인 19만원 선까지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주가가 내려온 이유는 뭔가요?

    <기자>
    최근 LH 아파트 철근 부실 시공사에 효성중공업이 이름을 올린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효성중공업이 시공을 맡은 사업구역은 전라도 광주 선운2지구고요. 오는 2025년 4월 입주예정인 임대아파트입니다.

    총 606세대로 14층 2개 동입니다. 여기에 들어갈 아파트 기둥이 총 112개인데 무려 42개 기둥이 철근이 빠져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문제는 콘크리트 천장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했는데요.

    여기에 대해 효성 측은 설계대로 시공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효성중공업이 그룹사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계열사 실적도 좀 살아나서 이 무게를 함께 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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