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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채 둘러싼 눈치게임…"물타기 지친다"vs"줍줍할 때" [김보미의 머니뭐니]

김보미 기자

입력 2023-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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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물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채권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뜻. 다시 말해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연내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선제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물타기도 이제 지친다", "아니다. 오히려 줍줍할 때다“라며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번주(8월 6일부터 8월10일) 서학개미들의 주식매수 종목 TOP50를 보면,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바이라이트전략ETF(TLTW)는 각각 14위(약 4,366만달러, 우리돈 약 577억원), 17위(2,982만달러 우리돈 약 394억원)를 나타냈다. 전주대비 매수 규모가 약 절반가량으로 줄긴 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Chapter1. 미 장기채 금리 어느 정도이길래

미국 30년물 금리는 4.2~4.3%를 오르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시작으로 지방은행들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지난 3월 전후 당시 3.9%대를 이미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영국발 금융위기설이 나돌았던 지난해 10월 당시 4.3%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기물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지방은행들이 투자했던 채권 손실폭은 확대됐고, 이 여파로 연쇄 파산까지 이르렀던 점을 돌이켜 본다면 지금 금리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Chapter2. 무엇이 이토록 금리를 끌어올렸나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미국 경기둔화우려 완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BOJ의 수익률곡선 통제(YCC) 수정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하지만, 장기채 금리를 급등시킨 주된 요인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 확대 발표에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일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늘리기로 확정했다.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린 건 2년여만에 처음이다. 시장에 장기채 물량이 대거 풀리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은 떨어질 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상승한다.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돈을 빌려 사회보장, 의료보험, 국방 등 공공서비스를 지원하고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른 보건·경제위기 등에 대처해 왔다. 그러면서 쌓인 국가 부채는 31조 4천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40,000,000,000,000,000원 4경원이 넘는 규모다. 금리 수준이 연 5%대에 육박하자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채무에 대한 이자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세수는 예상치보다 줄어들며 적자 폭이 확대됐고 결국 미국 정부는 채권 발행 확대를 택했다.


Chapter3. "과도한 공급물량, 채권시장에 부담"
장기채 금리에 대한 전망은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장기채 금리가 단기간 내 빠르게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데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리틀 버핏'이라 불리는 빌 애크먼은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5.5%에 이를 것"이라며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이미 장기채 물량을 흡수할 대로 흡수한 시장이 과연 미국 정부가 쏟아내는 대규모 채권 물량을 추가로 소화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채권 수요자를 찾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애크먼의 생각이다.

또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미국 국채 쓰나미'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 재무부의 차입금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것은 정부의 재정 여건이 더 악화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미국 국채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Chapter4. 단기채·장기채 모두 잡는 ‘바벨전략’
물론 미국의 금리 인하도 채권 투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금리인하는 그 시기에만 이견이 있을 뿐, 이미 확정되어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상승률은 3.7%로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시장에서는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90% 안팎으로 높였다. 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내년 5월에서 3월로 앞당겼다. 채권 물량은 쏟아지고 금리 인하는 손에 잡힐 듯 말 듯 알쏭달쏭하기만 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느 편에 서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럴 때 쓰는 것이 바벨 전략이라고 조언한다. 역도선수가 드는 역기인 ‘바벨’ 모양을 따서 이름 붙인 전략인데, 바의 양쪽 끝에만 무게 실리는 바벨처럼 중간은 제외하고 극단적 안전자산과 극단적 위험자산을 한바구니에 담는 것을 말한다.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양극단에 위치한 자산이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채권 투자에서는 단기채와 장기채를 모두 포트폴리오에 담는 방법이 제시된다. 단기채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6개월물 금리는 이미 연 5%를 넘어선 상황. 이러한 채권에 투자해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놓고서, 동시에 시장금리 인하 시 자본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장기물을 분할 매수 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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