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자취 감췄던 웅담(熊膽), 한약재로 부활

김수진 기자

입력 2023-10-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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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 하에 국내에 수입된 러시아산 웅담.

'간에 좋다'고 알려진 약재가 있다. 바로 웅담(熊膽, 곰쓸개즙)이다.

한때 1개에 500만~1,000만 원 선에 거래되기도 할 정도로 고가이며,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며 손에 꼽는 재료다.

박용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교수는 "웅담은 UDCA(우르소데옥시콜산)가 주 성분으로, 간 섬유화를 막거나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을 예방하며 간세포암의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며 "학계에서는 세포사멸을 억제하고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에 착안해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빌리루빈 뇌증과 우울증에도 쓸 수 있는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십년간 국내에서 웅담을 보편적인 약재로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개체 수는 점점 줄었고, 가격 측면에서 대중에게 유통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90년대 초반 곰 농장에서의 비윤리·비위생적인 웅담 채취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웅담의 주성분인 UDCA 등을 사용한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약은 곰이 아닌 소와 닭에서 채취해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웅담이 한약재로 정식 수입돼, 한방의료기관을 통해 처방받고 있다. 출처는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에서 웅담을 들여오는 곽한식 으뜸생약 이사는 "러시아에서는 매년 곰으로 인명피해가 생기고 있으며, 개체수 조절을 위해 매년 1만 마리 이상 곰을 잡는데 녹용 수입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며 "생태계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사냥한 곰에서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없이 한국에서 잊혀지고 있는 한약재를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웅담을 복용하고 싶다면 가까운 한방의료기관을 찾아 한의사와 상담부터 해 보는 게 좋다. 복용에 주의해야 할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최윤용 큰나무한의원 한의사는 "모든 사람에게 웅담이 맞는 건 아니며, 웅담은 한의학 관점에서 열을 식히는 효능이 굉장히 강하다"라며 "평소 몸이 차거나, 당뇨병·고지혈증이 있어도 주의해서 복용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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