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 전망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인들은 값비싼 여행을 예약하고 자동차를 사는 데 거침이 없다. 주거비와 외식비도 충분히 감당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은 이런 소비 추세를 멈출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를 분석했다.
우선, 미국인들이 일자리 전망과 급여에 낙관적이다. 고용주들은 빠르게 급여를 올리고 있고, 실업률은 역사적 최저치를 유지 중이다. 지난 8월 구인 건수는 구직에 나선 실업자 수를 300만 명 이상 초과했다. 9월 임금 상승률은 4.2%로 견고하며 인플레이션 3.7%를 넘어섰다.
두 번째로 낮은 모기지 금리를 요인으로 들었다. 30년 고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8%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많은 이가 여전히 낮은 모기지 금리를 누리고 여분의 현금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퍼스트 아메리칸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플레밍은 모기지 주택의 약 90%는 이율이 6% 미만이라고 추정했다. 또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3분의 2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팬데믹 시작 후부터 올해 2분기까지 미국인들이 가계 자산을 활용해 총 2천800억 달러(378조원)를 벌고 재융자를 통해 약 1천200억 달러(162조원)를 절약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팬데믹은 저축할 기회를 줘서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아직도 누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추정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1년 8월까지 팬데믹 이전 추세보다 더 많은 2조 달러(2천703조원) 이상의 저축을 했다. 팬데믹 때 모아뒀다가 남은 저축액 추정치는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1천900억 달러(257조원)에서부터 컨설팅업체 RSM이 보는 4천억~1조3천억 달러(540조~1천757조원)에 이른다.
네 번째로는, 여유 있을 때 쓰자는 소비 행태다.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경제 전망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돈이 너무 빨리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고 느껴 지금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다섯번째로, 팬데믹 동안 또래가 사망하는 것을 본 30~40대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자기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등 돈과 지출에 대한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임원 교육 사업을 하는 42세의 어맨다 밀러 리틀존은 WSJ에 "하루 종일 고객을 위해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을 위해 밤새워 일하는 사람, 그 이상이 되고 싶다"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소비 습관이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 징후도 존재한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Bankrate)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약 60%는 올해 비상시 저축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상무부는 미국인들이 9월에 소득의 3.4%를 저축했는데 이는 2019년 가을에 저축한 비율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부담스러운 장기 금리 때문에 주택과 자동차를 사는 미국인들의 현 소비 행태가 위축되는 지점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