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0억 횡령 얼마나 됐다고 또...고객 돈 빼돌려 전세금 낸 우리은행원

이민재 기자

입력 2023-11-03 13:59   수정 2023-11-03 16:13

우리은행 서울지점, 횡령 사고 발생
"공과금 냈는데 없습니다" 신뢰 추락
잇단 내부통제 문제, 개선 헛구호 그쳐


우리은행 지점 직원이 고객이 낸 돈을 빼돌려 전세보증금으로 쓰는 등 횡령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00억원 횡령, 7월 9천만원 가상자산 투자 관련 횡령에 이어 또 다시 횡령 사건이 불거지며 '우리은행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서울 금천구청지점의 한 직원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고객 공과금 5,200만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공과금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 요금 등을 말하는 데 편의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은행을 통해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A직원은 고객으로부터 세금 납부액을 수납한 후에 납부 처리를 하지 않았다.

A직원은 납부 처리하지 않는 돈을 빼돌려 본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사용했다. A직원은 미납처리한 세금에 대한 납부 기한이 다가오면 다른 공과금 수납분으로 돌려 막는 방식으로 횡령 사실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A직원이 돌려 막는 방식으로 납부 처리한 내역에 대해 살펴보는 등 관련 내부 조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조사 착수 이후 A직원이 미납 처리한 세금 2,762만원을 회수해 변재중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으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해당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후 수사 기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고객은 대출 힘든데…전세금 쓰려 고객 돈 횡령한 은행원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고가 공과금을 맡긴 고객은 물론이고, 은행을 이용하는 서민 모두에게 불신을 심어주고 있는 사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세 사기 불안과 대출 규제 부담에 치이는 서민들 입장에서 은행원이 고객 돈을 함부로 빼돌려 본인 전세금을 치르는데 썼다는 사실이 은행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대출 문턱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13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린 지 3주만에 금리 인상을 하고 전세자금대출 우대 금리도 손 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통령실이 가계 부채를 IMF(외환위기)급 위기라고 경고하고 정부가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어 관리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당국 관계자는 "모범을 보여야 할 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횡령의 대상이 은행 고객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과금이고 (자금 사용처가) 은행원 개인 전세 대출이라는 점에서 은행 내부통제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 윤리의식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 사고 발목, 윤리경영"…'개선 노력' 헛구호

지난해 역대급 횡령 사고가 터지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우리은행 내부에서 지속해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내부통제 강화가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2일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임종룡 회장은 그룹의 걸림돌이 된 금융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윤리경영 문화를 전파해 달라고 계열사 최고책임자(CEO)들 모두에게 당부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임 회장은 당시 "윤리경영 정착을 중요 과제로 선정하고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과 행동기준 재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25일 우리은행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에서 '철저한 내부통제'를 미래 전략으로 제시했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은행 구성원들의 횡령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는 말과 구호를 외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며 "그동안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 이를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촘촘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당국도 관리 소홀 뭇매…'횡령 책임' 제도개선 절실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9월까지 7여년간 15개 주요 시중은행 횡령액은 1,5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우리은행에서는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1건 이상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총 횡령액은 734억원으로 15개 시중은행 횡령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횡령액 환수액은 10억원, 환수율 1.4%로 15개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강 의원은 "내부통제 문제로만 인식한 채 셀프 준법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한다면 횡령은 만연할 수밖에 없기에 반드시 철저한 관리 감독과 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학계에서도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온다. 정대 은행법학회장은 "내부통제 책임의 불확실성과 실효성의 부재로 금융사고가 빈번한 만큼 관련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은 시중 금융지주사 자회사 내부통제 현황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당국은 내부통제 책임자로 CEO를 명시하고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CEO까지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내부통제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준법감시인 자격 등 강화된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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