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강국 베트남, 싹 다 갈아엎는 속사정

입력 2023-11-12 05:47   수정 2023-11-12 09:44


중국이 열대과일 두리안에 열광하자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 농부들이 앞다퉈 소득작물이던 커피나무를 갈아엎고 두리안 재배에 나섰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배작물이 단일화됐는데 중국 수출이 막힐 경우 지역경제가 한 방에 무너질 수 있어 베트남 정부도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WSJ에 따르면,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던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가 두리안 산지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작년에 중국 정부가 베트남이 두리안을 대규모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하자 소득을 늘리려는 농부들이 너도나도 커피를 뽑고 두리안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나무를 모두 없앤 26세 농부 베 둑 후인은 같은 재배 면적이면 두리안이 커피보다 5배 많은 소득을 안겨준다고 WSJ에 밝혔다.

그는 지난해 1t, 올해 4t의 두리안을 수확했는데 전량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이 작년 한 해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두리안은 80만t이 넘는다. 베트남이 수출하는 두리안의 90%가 중국으로 들어갔다.

글로벌 데이터업체 CEIC의 집계를 보면, 최근 몇 달간 베트남의 과일·채소 수출의 약 60%는 중국으로 향했다. 10년 전에는 중국 비중이 3분의 1 정도였는데 현재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용과와 바나나, 망고, 잭프루트 등도 중국이 베트남에서 많이 수입하는 과일이다.

두리안을 기르는 농부들은 중국으로 단일화된 판로에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지만, 정부는 경고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베트남 농업부는 올해 초 많은 농부가 커피와 쌀과 같은 전통 작물을 버리고 두리안에 적합하지 않은 땅에 두리안을 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영 언론도 '무모한 두리안 재배'라고 비판했고, 농업 전문가들도 중국 이외의 수출 시장을 찾고 두리안의 국내 소비도 늘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한다. 두리안을 수입할 나라가 몇곳 없고, 내국인은 비싼 가격 탓에 두리안을 소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라는 대형 시장에 수출할 기회가 열리면 농업 벨트 전체가 '올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지역경제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와 대만산 파인애플, 필리핀 바나나, 호주산 바닷가재의 수입을 제한한 적이 있다.

보통은 오염이나 해충 등 품질 문제를 제기하기만, 중국의 규제는 종종 정치적 분쟁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다.

중국은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한 후 호주산 와인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2012년 남중국해 국가 간에 분쟁이 생기자 선적물에서 깍지벌레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필리핀 바나나 수입을 제재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순은 "중국은 자국의 경제 규모를 이용해 언제든 무역으로 수출국을 벌 줄 수 있다"며 "중국에 판매하는 것은 기회지만 위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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