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가중처벌 언제?…정쟁에 민생법안 줄줄이 뒷전

입력 2023-12-0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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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은 법무·검찰 관련 법안들이 여야의 정쟁 속에서 외면받고 있다.

대규모 전세사기범에 대한 가중 처벌, 이른바 '살인예고글'에 대한 공중협박죄 도입, 순직 군경 유가족의 국가 상대 위자료 청구 허용 등 민생과 밀접한 법안들이 이번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법무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7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 머물러 있다.

이 법안은 다수를 상대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개별 피해 금액이 5억원 미만이라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이득액 합산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피해자별 피해액이 5억원을 초과해야 가중처벌하는 현행 특경법의 '허점' 탓에 소액 피해자가 많은 전세사기에 대한 엄벌이 어렵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대책의 일환으로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다.

그러나 올해 5월과 6월 각각 한 차례씩 소위 심사에서 다뤄진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범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근절 기조에 따라 이른바 '빌라왕'들이 속속 재판에 넘겨지고 있지만, 법률의 미비 탓에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8월 발의한 형법 개정안과 폭력행위 처벌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형법 개정안은 공중 협박죄를, 폭처법 개정안은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를 각각 신설하는 것으로 당정이 흉기 난동 및 대낮 성폭행, 살인예고글 등 신종 사회문제에 대응해 추진한 것이다.

현행법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 예고를 한 경우 협박죄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처벌 공백'이 지적됐다.

실제로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추종 범행을 예고한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20대에게 1심 법원은 게시글을 열람해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협박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올해 10월 25일 발의된 국가배상법 개정안도 아직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순직한 군인이나 경찰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군에서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의 유족은 지난 10월 13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정부에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가석방 불가 조건의 종신형(무기징역·금고)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도 같은 달 31일 국회에 제출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흉악범죄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추진된 이 법안은 국민적 관심이 높고 기본권 침해 등 논란도 있어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언제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밖에도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정부 제안 법률안은 55건에 이른다.

가장 오래된 법안은 헤이그아동탈취법 개정안이다.

국제결혼을 한 한쪽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해외로 데려가지 못하도록 다른 배우자가 출국 제한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2020년 8월 다시 발의됐으나 3년 넘게 상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미성년 자녀 등의 출입국 사실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올해 1월 발의된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이런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5월 말 22대 국회가 시작될 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 때문에 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요 민생 법안의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빨리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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