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부동산 규제 대못으로 꼽혔던 실거주 의무를 없애는 법안이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분양권을 구입한 집주인이 본인 집에 살 수 없게 된 건데, 전국적으로 4만 4천 가구가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양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초 발표한 부동산대책에서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로 묶였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결국 좌절됐습니다.
실거주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오늘 열린 올해 마지막 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겁니다.
전매제한은 풀렸지만 실거주 의무는 유지되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로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시장에 풀린 분양권을 사도 정작 내 집에 들어가서 살지 못하게 됐는데, 이를 어길 경우 범법자 신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실거주 의무를 없애겠다'는 정부 정책을 믿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전세를 통해 부족한 잔금을 채울 수 없게 됐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전매제한이 풀리는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 파크 포레온'이 대표적입니다.
[김진삼 / 파크부동산 대표: 매일같이 상담하시는 분 10분 중 7~8분은 (실거주)…분양받으실 때 실거주가 풀릴 것이라고 홍보를 해서 이제 청약도 하고 분양을 받으셨는데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
현재 전국에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총 66개 단지, 4만 4천 가구에 달합니다.
[권대중 /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는 다시 팔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고요. 이럴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거든요. 주택시장 거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실거주 의무가 결국 전세 대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울의 입주난에 예고된 상황에서 분양주택 입주시점에 쏟아져야 할 물량마저 나오지 못하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 섭니다.
실거주 규제로 예비 입주자들의 잔금 납부가 지연될 경우 건설사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서진형 /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분양 대금을 받아서 PF 자금을 갚아나가야 되잖아요. 이자 부담들이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현금 흐름이 나쁜 중소건설업체들은 자금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죠]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를 무조건 입주시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등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완화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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