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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의 너무한 유상증자 · 불붙는 주주행동주의 촉각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신인규 기자

입력 2023-12-20 08:50   수정 2023-12-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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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임 올라도 팬오션 주가는 소외
홍해 때문에 수에즈 운하 이용 어려워지고, 해운물류 대란 우려에 운임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른 해운주들은 오르고 있는데 팬오션 주가는 안 그랬습니다. 모회사인 하림이 HMM을 인수하면 어느정도 팬오션에 유상증자를 해서 자본조달을 할 것이기 때문에 팬오션 유상증자 규모가 크면 주가에 안 좋을 것이다. 이런 논리였는데, 시장의 예측이 맞았습니다. 정확히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의 유상증자 가능성까지 나왔습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팬오션 유상증자를 약 3조원 정도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팬오션의 현재 시가총액은 19일 종가 기준 2조1,891억원 수준입니다.

▲'유증 폭탄' 팬오션, 왜?
HMM을 인수하는 하림그룹의 입장만 생각하면 팬오션 유상증자 비중을 늘리는 게 이득이기는 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하림그룹의 인수계획을 종합하면 현재 6조 4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인수 자금 가운데 1~2조원 정도를 내부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조원에서 5조원 정도는 사실상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김홍국 회장의 복안대로라면 조달금리가 8%대로 높은 인수금융의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인수금융을 3조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금융권과 정지작업을 끝냈지만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자금을 더 저렴하고 안전하게 조달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겠다는 뜻이겠지요. 유상증자가 잘 되지않아 실권주가 나오면 NH투자증권이 실권주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구조까지 현재 시장에 알려졌습니다.

팬오션 유상증자 가능성, 시장에선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투자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수천억 단위 정도로 예상했던 수준을 가볍게 넘어선 '3조원'이라는 단어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겁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조원 수준의 증자 요구를 했다는 소식보다도 시장에 더 큰 폭탄이 떨어진 겁니다. 오늘 시장에서 팬오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주주행동주의의 계절
"CEO 연봉도 깎아라", 다올투자증권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 2대주주에 오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 측에 책임경영과 자본금 추가 확충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습니다. 최대주주측 지분이 25%, 2대주주 지분이 14% 정도 되니 경영권 싸움으로 볼 수도 있지만요, 김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이것은 시작일 뿐 앞으로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주주로서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이겠지요.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 주주가 경영진 결정만 바라보지말고 기업경영에 적극 개입해서 회사 방향을 바꿔보자는 주주행동주의는 태동기에서 조금씩 저변을 넓혀가는 모습입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팰리서캐피털이 자사주 소각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최근 코람코자산신탁이 보유중인 리츠의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고요, 트러스톤운용은 이번달에 행동주의 펀드 ETF를 내놨습니다.

최근 불붙고 있는 주주행동주의는 연말을 지나면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왜냐면 주주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주주제안은 상법상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안건을 올려야 하는데, 우리나라 상장사들 주주총회가 대체로 내년 3월인 것을 감안하면 1월을 기점으로 주주행동 캠페인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도 주주제안이 계속 늘고 있는데, 행동주의펀드가 들어온 곳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올라왔다는 점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행동주의펀드, 어떤 곳 노리나?
행동주의펀드는 기본적으로는 저평가된 기업 가운데 주주행동으로 주가를 적정가치로, 그러니까 지금보다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그래서 현금흐름할인법 상 내재가치가 현 주가보다 높은 곳들이 1차적인 대상이 되고요. 기업 규모에 비해 대주주 우호지분이 높지 않은 곳도 전략적으로 관심을 갖습니다.

우선주-보통주 괴리가 큰 상장사들도 주주행동주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가 있습니다. 원래 가치대로라면 의결권 없는 우선주와 보통주 주가 괴리율이 10%~15% 되는 게 일반적인데, 그러니까 보통주보다 우선주가 10% 정도 저렴한 게 일반 적인데 우리나라에선 우선주가 일반주 반값하는 곳들도 있거든요. 또 지주사 주식이 계열사 주식에 비해 할인율이 60% 이상인 곳들도 있습니다. 보통 이런 곳들의 원인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보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주식들을 일단 행동주의펀드들이 들여다본다는 전언입니다.

▲주주행동, 외국계·대형 펀드에서만 나오나?
최근엔 재미난 흐름들도 있습니다. 소액주주들, 중소기업에 대해 주주행동 나서는 모습인데, 통신3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쏠리드라는 상장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소액주주들끼리 주식을 모아서 주주연대를 구성했는데, 헤이홀더라는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서 주식을 모았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흐름들이 더 자주 나올지도 주목됩니다.

▲ 상장사. 행동주의 방어 전략은?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죠. 대주주 지분율을 확충하는 식으로 미리 대응에 나설 수가 있겠고요. 또 하나는 주주환원책을 높여서 주주행동주의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실제 올해 상장사 자사주 매입 전년비 20% 증가했으니, 사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야 우리나라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는 것을 반길만한 상황이겠습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3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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