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외국인 현금 수거책, '무죄' 받은 이유는

입력 2023-12-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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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20대 외국인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법원은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이라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구창모 부장판사)는 사기와 사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A(2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A씨는 2021년 10월 15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강원 춘천에서 '해외송금 대포통장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다른 조직원의 말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1억1천500만원을 받아 조직에 전달했다.

이어 18일에 경기 고양에서도 '저금리로 대출을 전환해주겠다'는 공범에게 속은 피해자로부터 1천200만원을 받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달 중순에도 경기 고양에서 공범이 보낸 모 은행 이름으로 된 '납부증명서'를 출력해 피해자에게 건네며 대출금을 받으러 온 것처럼 속여 650만원을 받아내려다 미수에 그쳤다.

1심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점조직으로 구성돼 공범들 간 암묵적 의사의 결합으로 공모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피고인 또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해서만 업무지시를 받은 점 등으로 미뤄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인식하고 돈을 받았다"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그 같은 행위를 한 것뿐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은 피고인이 구직 과정에서 외국인등록증을 보내지 않는 등 통상적인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XXX 대리'라고 소개하며 차명을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외국인이고 국내에서 생활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점,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접촉이 일반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적정한 인식이 없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행위를 사후에 평가하면서 '사후 과잉 확신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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