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서 업계 2위로"…AMD 구원자 리사 수의 성공스토리 [비하인드 인물열전]

박찬휘 기자

입력 2024-01-22 06:49   수정 2024-01-22 09:16



전세계 증시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AI(인공지능) 열풍.

AI 열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군림하며 지난해에만 주가가 250% 넘게 폭등했는데요. 그런데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보는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미국 반도체기업 AMD(Advanced Micro Devices)입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160% 급등하며 엔비디아의 경쟁자로 급부상했는데요. 이번 '비하인드 인물열전'에서는 파산 직전까지 갔던 AMD를 업계 2위로 끌어올린 리사 수 AMD CEO(최고경영자)의 성공스토리를 다뤄보려 합니다.

▲ 대만이 낳은 두 천재

젠슨 황 엔비디아 CEO(좌), 리사 수 AMD CEO

AI 업계의 두 거물, 리사 수 AMD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인연은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만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황은 1963년 2월 17일, 수는 1969년 11월 7일에 대만 타이난 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먼 친적이기도 합니다. 젠슨 황과 리사 수의 어머니가 같은 핏줄로, 리사 수 어머니의 고종사촌동생이 젠슨 황입니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5촌 당숙 관계죠.
(젠슨 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비하인드 인물열전-젠슨 황' 편 참고)

▲ 떡잎부터 엔지니어였던 이과 소녀

리사 수와 그의 부모님

리사 수의 부모님은 그녀가 3살이 되던 해 미국 뉴욕으로 넘어와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수는 어린 시절부터 엔지니어로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0살 때 동생의 망가진 무선 자동차 장난감을 재조립해 새 것처럼 고쳐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고 그녀 역시 제일 좋아하는 과목으로 수학과 과학을 꼽았습니다. 그녀는 브롱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됩니다. 이때 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 중 하나인 SOI(Silicon on lnsulator)에 대한 논문을 써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어린 시절 리사 수

수는 MIT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입사합니다. 다만 입사 1년을 채우기도 전에 IBM로 이직하게 됩니다. IBM 반도체 연구소에서 엔지니어 및 관리직으로 출발한 그녀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연구소 센터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녀가 센터장으로 있을 때 반도체 배선 물질의 원료인 알루미늄을 구리로 교체한 일은 반도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업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알루미늄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리고 수명이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그녀가 이를 알아채고 속도가 빠르고 수명이 긴 구리를 사용한 겁니다.

IBM 반도체 연구소 연구원 시절 리사 수

이후 수는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반도체 제조사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에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됩니다. 이곳에서 7억4,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네트워킹 칩 사업부를 담당했으며, 2011년에는 회사의 IPO를 성사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자의 능력까지 갖추게 됩니다.

▲ AMD의 구원자

IBM 시절 리사 수의 멘토였던 닉 도노프리오

반도체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간판 스타로 떠오른 수를 눈 여겨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IBM 재직 시절 그녀의 멘토였던 닉 도노프리오입니다. 도노프리오는 2008년까지 IBM에서 혁신기술 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IBM의 호환 PC 및 메인프레임 기초 설계를 맡았던 전설적인 엔지니어이기도 합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IBM 내 최고 명예직인 IBM 펠로우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불도저 마이크로아키텍처 모듈 구조

도노프리오는 IBM 은퇴 이후 AMD의 이사회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당시 AMD는 야심차게 출시한 첫 모듈 구조 아키텍처인 '불도저 마이크로아키텍처'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능으로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주당 2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순식간에 1달러대로 폭락했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CAA1(투자부적격) 등급을 부여받았습니다 지정됐습니다. 또한 월가에서는 AMD에 대해 매도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당시 경쟁 상대였던 인텔에서는 "AMD는 재기가 불가능하니 새로운 경쟁자인 퀄컴을 견제하라"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도노프리오는 IBM 시절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수가 떠올랐고, 그녀가 AMD를 구원할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도노프리오는 그 직후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 상황을 설명하고 AMD 경영진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AMD의 위기를 인지한 수는 멘토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2년 AMD의 글로벌 비즈니스 부사장 겸 총괄 책임자로 입사하게 됩니다.



수는 취임하자 마자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업다각화 전략을 실시했습니다. 회사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라데온 RX200 GPU'의 가격을 낮췄으며, 게임기 산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이후 게임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수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AMD는 수가 영입된 이듬해인 2013년, 3분기 기업 실적 발표에서 회사가 7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으며 수는 'AMD의 구원자'로 불리게 됩니다. 또한 그녀는 회사를 살린 공로를 인정받아 1년 뒤인 2014년 10월 8일 AMD의 CEO로 임명됩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AMD 주가. 무려 87배나 올랐다.

수가 CEO가 된 이후 AMD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2017년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라이젠(RYZEN CPU)를 출시하며 당시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을 턱 밑까지 추격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AI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유일한 적수로 꼽힙니다.

그 사이 AMD의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AMD의 주가는 수가 합류한 2012년 11월 1.81달러까지 추락했었지만 지금은 87배나 폭등한 17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 리사 수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수의 재산은 AMD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AMD의 CEO로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 스톡옵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그녀가 보유한 AMD 주식 수는 410만 주로, 이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 7억1,340만 달러, 우리 돈 9,5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보유 주식만 계산한 규모로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부동산과 기타 재산을 모두 더하면 그녀의 재산이 총 7억4,000만 달러, 약 1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미 잘 나가는 기업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할 가능성은 적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인정하게 된다."
- 리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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