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경수 소방관 겸 시인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 출간

전효성 기자

입력 2024-01-30 16:05   수정 2024-01-30 20:46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모아 마음속 약병에 담아 두었다”
시, 그리고 삶을 향해 울면서도 내달리는 마음
스스로에게 정직한 이의 아름답고 선연한 세계

제주에서 태어나 2019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은 문경수 시인의 첫 시집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가 걷는사람 시인선 108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소방관으로 일하며 시를 쓰는 문경수의 '스스로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자 특유의 회의가 이토록 선연한'(박소란, 추천사) 등 57편의 시가 한 권으로 묶였다.

생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것들은 때로 짙은 상흔을 남긴다. 고된 삶 속에서 울어도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될 때, 그것을 알면서도 울면서 살려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을 때,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유한 비애를 안고 살아가는 고립돼 버린 이들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그저 곧은 길을 걸어왔다는 믿음에 배반당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더 나아질 게 없는 절망 위로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기회를 겹쳐 읽으며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다만, 삶을 그늘지게 만드는 비극을 대면한 문경수의 인물들은 '그렇다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를 자문한다. 그리고 나는 진정 나 자신과 싸워 본 일이 없음을 각성한다. 생과 함께 죽음을 도모하는 마음을 품을지언정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 실존할 수 있는 궤도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다.

시인의 인물들에게는 마땅히 맞서야 할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결기가 배어 있다. 눈을 부릅뜨고 불편한 진실을 응시하려는 용기와, 삶을 책임지기 위해 안간힘쓰는 마음까지도.

삶의 치부로 내달리면서도 기꺼이 엎어질 줄 아는 이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질긴 각오는 이 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렇기에 시인은 화염 앞에 다가서면서 마주한 절망 너머로부터 '따뜻하다 환하고 밝은 게 때론 아름답기도 하구나'라는 가혹하고도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산들바람만 불어도 울보가 될지라도 '이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전속력으로 달려야 했다'며 처절한 현실의 면면에 산재한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길어 올린다.

최진석 문학평론가가 이야기하듯 울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달린다는 것 자체가 우는 것이다. 오직 울면서 달리기만이 삶을 삶으로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시를 바라고 갈구하며 자신을 던지는 몸짓에 가깝다.

원점으로 되돌아갈 운명을 직감하면서도 원점의 원점을 향해 자기를 던지는 것. 죽어 가는 새를 보듬고 시를 마음에 각인하는 일 또한 이 같은 역설을 요구하는 일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세계에서만큼은 새를 시로, 그리고 삶으로 발음하는 일이 무릇 자연스럽다. 쓰고자 하는 마음은 스스로에게조차 위축되고 의심당하기 십상이지만,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를 환하게 날아오르게 하리라는 믿음이 된다.

세상을 바꿔 본 적이 없으며 가만 보면 죽어 가는, 그러나 기어코 죽지않고 언젠가 아름다운 새가 될 모두를 비추는 뜨거운 빛의 일렁임이 여기에 있듯이.

"좋은 시는 저마다 날카로운 어떤 것을 쥐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박소란 시인의 말처럼, 타자를 쉽게 연민하지 않기 위해 단정하게 벼려진 마음이 녹아 있다. 이 시집은 타자의 고통을 단정 짓지 않는 방식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틀림없는 내가 되는 오롯한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문경수 저ㅣ걷는사람ㅣ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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