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 준비

입력 2024-02-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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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기 위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논의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애초 임시대의원총회는 설 연휴 이후가 유력했으나,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어 신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앞당겼다고 의협 관계자는 전했다.

전날 이필수 의협 회장이 사퇴하면서 집행부 공백으로 인한 내부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에서 "정부는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를 애완견에 채운 목줄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목적 달성읖 앞두고 싫증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이며 실효적인 투쟁을 위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당장 집단행동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다.

임시대의원총회는 비대위 설치 자체를 의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날 투표 결과 비대위원장 선출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장 선출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며 "(집단행동 계획은) 비대위가 구성된 후에야 가능하므로 다음 주는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오만에 경종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이 비대위에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관한 절차를 밟겠다고 구상한 만큼,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장 선출이 마무리된 후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나, 당장 설을 앞둔 만큼 연휴가 끝난 뒤에나 향후 투쟁 계획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봤다.

◇ 대전협, 집단행동 시사…오는 12일 총회서 대응안 마련 전망

의협이 '총파업', 즉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면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참여 여부가 파급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의료현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전체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 공백이 발생했고, 실제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가 급감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도 했다.

대전협은 공식적인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집단행동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해왔다.

지난 5일 대전협은 수련병원 140여곳,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를 설문한 결과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대전협에 따르면 흔히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참여율은 86.5%다.

정부가 2천명 규모의 의대 증원을 발표한 후 빅5 병원 전공의들이 별도의 집단행동을 준비하는지 관심이 쏠렸으나, 현재까지는 대전협의 설문에 참여 의사를 밝힌 정도로 파악됐다. 아직 계획을 구체화한 수준도 아니다.

다만 일부 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논하면서 집단행동에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개별 병원 전공의협의회가 대전협 설문에 응답한 내용이 새로운 것처럼 알려지면서 현장에서도 당장 파업을 하는 것이냐며 혼란을 빚고 있다"며 "아직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2020년 못지않게 술렁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라며 "통상 대전협에서 집단행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면 개별 병원에서 액션플랜을 정하는 방식이므로, 대전협의 임시대의원회가 지나야 향후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등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SNS에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보건복지부의 (집단행동 금지)명령 등 작금의 사태에 유감"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인 2천명에 대해 "해도 너무 지나친 숫자"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적었다.

◇ 복지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기조 세워

복지부는 불법 집단 휴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기조를 세우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협은 '총파업'이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히는 집단 휴진으로 의료법에 저촉되는 '진료 거부'다.

의협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원의는 노동자가 아닌 데다, 주요 병원에 속해있는 전공의들도 노동조합에 속해 있지 않아 단체 행동을 하는데 정해진 법적 요건이나 절차가 있지는 않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전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면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법에서 의료인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시 최대 10년까지 면허취소가 가능하다.

의료인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회장이 의료기관에 휴진을 강요한 데 따른 업무개시명령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의사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날 수련병원과 간담회를 열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했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 복무·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필수진료가 유지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함에 따라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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