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 - 스포츠 스트리밍 OTT [글로벌 시황&이슈]

입력 2024-02-08 08:03   수정 2024-02-08 08:03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코드커팅. 유로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케이블 방송처럼 기존의 유선 방송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두고 ‘선을 끊는다’는 식으로 표현했던 것에서 생긴 말인데요.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OTT들이 등장하면서부터 미국에서는 대규모 ‘코드 커터’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스포츠 채널들은 텔레비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질 정도로 잘 버티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시청자 수가 즐어들면서, 미디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디즈니와 폭스, 그리고 워너브라더스. 이렇게 세 곳의 미디어 공룡들이 연합군을 구축하기로 한 건데요. 올 가을 출시를 목표로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을 공동으로 설립한다고 현지시각 6일 밝혔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아직까지 이 플랫폼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요금제 가격은 정해지진 않았는데요. 기존에 월 100달러에 달했던 일부 스포츠 케이블 구독료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디즈니의 ESPN, 워너브라더스의 TNT와 TBS, 그리고 폭스가 보유한 스포츠 채널 FS1과 FS2 등의 채널들이 한 플랫폼에 모이게 되면서, 내셔널 하키 리그, NBA, 그리고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까지 미국에서 인기 있는 대부분의 종목들을 한 번에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도대체 미국에서 코드 커팅이 어느 정도로 심화하고 있길래 이렇게 경쟁 방송사들이 오월동주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요? 지난 10년간 미국의 유료방송 시청자 수, 1억명에서 5500만 명까지 줄었습니다. 유료 방송 가입자수 변동률을 그래프로 나타내본 건데요.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 작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출시된 시점입니다. OTT 역사에서도 중요한 획을 그은 시리즈로 꼽히는데, 이때부터 변동률이 계속해서 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죠. 4대 주요 스트리밍 업체들, 디즈니+, 애플TV+, 피콕, 그리고 맥스가 출범한 시기는 2020년쯤. 회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요. 이를 기점으로는 가입자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미디어 환경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은 각자 도생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고요. 디즈니가 보유한 ESPN도 스포츠 미디어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긴하지만, 케이블 시청자수 감소 추세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모회사인 디즈니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7월, ESPN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가 하면, 미식축구 리그인 NFL과 농구 리그 NBA 중계와 관련해 ESPN의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등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요 스포츠 채널을 보유한 폭스와 워너브라더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이들이 야구 리그인 MLB 중계와 관련한 권리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이번과 같은 연합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또, 스포츠 중계권 가격이 끝도 없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점도 3사가 뭉친 배경으로 꼽히는데요. NBA는 10년 중계권 가격으로 7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약 100조원 정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최근엔 넷플릭스가 50억 달러에 프로레슬링 쇼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가 하면, 2023년부터 2033년까지 적용되는 NFL의 중계권은 아마존 프라임이 약 100억 달러 규모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드브리지의 제이미 럼리 애널리스트는 “힘을 합치면 점점 비싸지는 스포츠 중계권 부담을 덜고,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합작으로 디즈니와 폭스, 워너브라더스 주가 움직임은 어땠을까요? 어제 장 마감 후 나온 이 같은 소식에 시간외 거래에서 디즈니는 1% 정도 하락했지만, 폭스와 워너브라더스는 각각 5%, 3% 가까이 상승하는 흐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장 전에 폭스가 부진한 실적을 공개하면서 하락 전환했고요. 장 마감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 디즈니도 약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쟁사들도 살펴보면, 파라마운트는 8% 가까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NBC 유니버설의 모회사 컴캐스트도 주가가 3%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합작에 파라마운트와 NBC 유니버설은 참여하지 않았는데요. CNBC는 3사의 합작으로 인해 이들의 케이블 가입자수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두 기업 모두 각각 파라마운트+와 피콕으로 스포츠 리그를 포함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매출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으로 단독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계약이 스포츠와 미디어 환경을 재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엔터 전문지 버라이어티도 “세 회사가 뭉쳐서 중계료를 지불하면서 새로운 중계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는데요.
    버라이어티는 또, 3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계권이 전체의 85%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스포츠 리그 10개 중 8개 이상을 이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되는 셈인데요. 디즈니와 폭스, 워너브라더스 측은 장기적으로는 스포츠 프로그램의 홈베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테니스 채널과 같은 독립 네트워크들도 포함시키며 중계권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CNBC는 익명의 기업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OTT의 지분 구조 측면에서 볼 때,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한데요. 디즈니와 폭스, 워너브라더스가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는데, 디즈니는 이전에도 컴캐스트와 훌루를 공동 소유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관계가 됐던 바 있습니다. 훌루를 사이에 둔 채 서로의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하게 됐던 건데요. 결국 지난 11월, 디즈니가 훌루의 나머지 지분을 컴캐스트로부터 인수하기로 합의하기로 했던 바도 있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시장, 이제 스포츠 부문 역시 기존의 케이블 유선 방송 시장에서 스트리밍 시장으로 옮겨오는 모습입니다. 이번 가을에 출시될 3사의 새로운 스포츠 플랫폼이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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