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명절 설 연휴가 찾아왔지만 가족·친인척과 얼굴을 마주하기에 걱정이 앞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총선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가 화두에 오를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20∼40대 성인남녀 114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13.2%는 명절 갈등 유발 소재로 '정치적 견해'를 꼽은 바 있다.
8명 중 1명 꼴로는 구성원 사이에 지지 정당이 다르거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가족의 갈등 요인이 된다고 응답한 것이다.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소모적인 논쟁이 불편해 아예 가족 모임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설 연휴가 시작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야기를 안했으면 좋겠는데 친척이 특정 정당 욕을 끊임없이 해서 짜증난다", "총선전 정치 이야기로 피곤해질게 뻔해 설에는 선약을 핑계로 친척 모임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차라리 불효자가 되는 게 정신 건강에 편하다" 등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서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앙대 박희봉 교수가 지난해 한국공공관리학보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22년 6월 서울시장 선거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당 후보 지지도는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고, 40∼50대에서 가장 낮았다. 20∼30대의 선호도는 이들의 중간 정도였다.
정책 선호도에서도 연령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40∼50대는 북한우호정책과 복지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60대 이상의 연령층은 안보정책과 시장경제정책을 선호했다. 20∼30대는 복지 정책에 대해 가장 비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더해 지역과 성별에 따라서도 정치성향이 나뉘면서 가족 구성원 간 의견 간극은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지역주의는 상대적으로 옅어지고 있지만 성별 간 차이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튿날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연령대별 지지 정당을 보면 20대 이하 남성의 65.1%가 국민의힘 후보를, 20대 이하 여성 66.8%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에서도 남성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58.2%, 30대 여성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56%로 각각 과반을 넘겼다.
문제는 정치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면서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시민들 역시 서로 다른 정치적 의견을 인정하거나 타협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 이슈로 시작된 대화가 말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마저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마는 사례가 속출한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가 심각해 대화와 토론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정치와 관련된 주제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같은 당을 지지하거나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태도를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비난조로 이야기하지 말고, 서로의 논리를 수용할 수 없더라도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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