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입국자의 여대생 살인사건…美 국경통제 논란 재점화

입력 2024-02-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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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입국 후 미국에 정착한 중남미 청년이 여대생을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2일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갔던 조지아주의 22세 대학생 레이큰 호프 라일리가 행방불명됐다는 신고가 친구에 의해 접수됐다.

오거스타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던 라일리는 이튿날 조지아대 캠퍼스의 조깅코스 옆 숲이 우거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에는 공격에 의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외상들이 있었다.

조지아대 학내 경찰은 이튿날 베네수엘라 국적의 26세 남성 호세 이바라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으며, 신원 조회 결과 이바라가 2022년 9월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입국 후 국경순찰대에 구금됐지만 후속 조치 진행 과정에 석방됐다.

그는 이번 사건 이전에 뉴욕에서 교통 관련 위법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이력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 사건은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온 이민자를 '범죄자', '테러리스트' 등으로 칭하며 국경 통제 강화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민 문제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격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바라를 "괴물"이라고 칭하고, 취임 즉시 남부 국경 봉쇄(불법 입국 전면 차단)를 단행하겠다고 맹세했다.

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공화당)는 "그저 분노한다"며 "이는 우리가 수년간 이야기해온 구멍 뚫린 국경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같은 날 희생자 유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유죄로 입증되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9일로 각각 예정한 남부 국경 방문과 맞물려 폭발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멕시코만 인근 텍사스주 브라운즈빌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주의 이글패스를 각각 방문하는데, 두 장소 모두 불법이민자 유입과 관련해 상징성이 큰 곳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맥락에서 작년 12월 한때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었던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를 적극 거론하면서 재집권시 초강경 이민 정책을 취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전임자(트럼프)에 비해 관대한 이민정책을 취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정책에 대한 민심이 갈수록 흉흉해지면서 재선 가도에 악재로 부상하자 국경통제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국경통제 강화 입법을 시도했지만, 이 문제를 대선까지 그대로 끌고 가길 바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 속에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 통과가 어렵게 됨에 따라 의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살인 사건을 대정부 공세의 날을 벼리는 소재로 삼을 것으로 보이고, 수세적 입장인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국경통제 입법 노력에 대한 야당의 비협조를 강조하는 한편 행정부 차원에서 취할 조치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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