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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은 흔해?…한국인 늘어난 레깅스 매장 [바이 아메리카]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3-03 17:47  

룰루레몬(LULU)편
알로 요가 화보 (출처:alo)

소셜미디어 틱톡이 지난달부터 완벽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레깅스 영상에 붙은 '레깅스 다리(Leggings legs)' 해시태그를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영상 소비층인 전세계 10대들에게 섭식장애와 신체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미 섭식장애협회(NEDA)의 지적 때문입니다.

인터넷 초기부터 지금까지 신체 이미지와 연관된 콘텐츠와 이에 대한 제재는 서로 떼어내기 어려운 부분이죠. 한편으로 팬데믹 기간 유행을 타기 시작해, 미국 내에선 부모들이 10대, 20대 자녀들에게까지 입히는 일상복이 되어가는 현상과 거리와 사무실에서도 부쩍 늘어난 레깅스 패션의 인기를 반증하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만해도 정말 이렇게 입어도 될까 싶은 민망함을 논해야했던 옷, 레깅스는 샤넬, 프라다의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까지 고가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지경이 됐고, 신생 기업인 알로 요가의 LA와 뉴욕 매장은 미국 여행길에 일부러 들르는 코스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레깅스 열풍을 일으킨 원조 기업은 따로 있죠.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 순서는 애슬래저, 요가복으로 성공한 기업, 룰루레몬(티커:LULU) 이야기입니다.



● 5년간 3배나 뛰었다…올해 9% 하락은 숨고르기?

이제 식상하게도 들릴 정도인 '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은 요가와 운동 등 여가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한 번 입으면 다른 옷은 입지 못한다'는 입소문을 탈만큼 충성도 높은 브랜드로도 알려져있습니다.

하이라이즈 레깅스 한 벌에 현지 온라인 표시 가격은 118달러(세전, 약 15만 7천원), 얇은 슬리브 상의 하나에 68달러(세전, 약 9만 원) 가량임에도 남녀노소 수요가 늘면서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의류 시장을 석권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20% 넘게 올랐던 유망한 주식이기도 합니다.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출신인 캘빈 맥도날드 최고경영자가 취임한 뒤 2018년 연간 매출 33억 달러에서 지난해(3분기까지 누적) 64억 달러로 늘려 성과로 주목받기도 했죠. 그런데 22년말 팬데믹 수혜가 소멸된 후에도 잘 나가기만 하는 것 같던 룰루레몬의 실적은 지난해 2023회계연도 3분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했고, 주가도 이달 1일 기준 올들어 9.28%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프, 테니스, 트레킹, 신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월가 투자의견도 충성도 높은 브랜드라는 평가 한편으로 보수적인 의견들이 늘고 있습니다. 레깅스, 요가복의 선두주자인 룰루레몬, 아직 문제 없는 걸까요?



● 타이즈 혹은 레깅스...애슬레저의 원조는

쫀쫀한 소재로 몸에 잘 붙어 운동복으로만 여겨졌던 타이즈 혹은 레깅스는 본래 14세기 이후 16세기 르네상스 시기엔 짧은 바지와 함께 입는 남성 귀족들의 각선미를 자랑하던 옷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계층 혹은 군인들만 사용하던 의상이 패션 아이템으로 보다 대중화된 계기는 1938년 미국 화학회사 듀폰이 합성한 나일론과 라이크라(상품명 스판덱스), 그리고 1950년대에 전쟁이 끝난 뒤 이들 소재를 바탕으로 한 마릴린 먼로, 제인 맨스필드 등 유명 배우들의 작품의 인기 덕분입니다.

이 무렵 스키선수 출신인 윌리 보그너가 신축성을 가진 라이크라로 독일 동계올림픽 선수복을 디자인하고, 헤드, 몽클레어 등의 브랜드와 협업하며 애슬레저 소비 계층을 넓혀 왔습니다.

룰루레몬은 이러한 운동복에서 나아가 피부에 닿는 느낌마저 줄인 더 좋은 촉감의 고품질 소재(눌루, 루온 등), 요가에 최적화한 디자인, 할인 없는 고가 정책으로 틈새 시장을 만들어 진입한 사례입니다.



● 혁신적 소재, 명확한 브랜딩 그리고 소셜미디어

창업자 데니스 J 칩 윌슨은 본래 웨스트비치라는 서핑, 스케이드보드 용품 사업을 시작한 인물로 잘 알려져있죠. 그가 97년 허리 부상으로 요가 수업에 참여했다가 옷이 늘어나거나 비쳐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요가복으로 레깅스에 주목하게 된 일화도 유명합니다.

윌슨은 당시 자신의 밴쿠버 디자인 작업실을 저녁에 요가 회원들에게 개방했었는데, 나일론과 라이크라를 혼합한 루온 소재를 테스트해보고 이듬해 90달러나 하는 고가의 요가복을 내세워 창업하게 됩니다.

캐나다 기반인 회사가 2003년 산타모니카에 첫 미국 매장을 세운 건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합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레깅스 의상을 파파라치에게 노출시켜 북미 시장에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게 되죠.

브랜드 철학에 맞춰 '피부와 마음이 재생할 수 있도록' 요가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피부에 직접 닿는 옷감에 눌루 소재로 주력 소비자를 겨냥한 혁신도 컸지만, 사진·영상 기반 소셜미디어로 이러한 이미지가 확대 재상산된 점도 큽니다.

그 덕분에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북미 기반에서 중국과 아시아로 시장을 넓혔고, 팬데믹 시기엔 이른바 '원 마일 웨어(본래 집 근교에서 밖에 입지 못하는 옷을 통칭하던 표현)'로 불리면서 일상복까지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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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윌슨 룰루레몬 창업자 (포브스 인터뷰)

● 나이키가 놓친 시장..룰루레몬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20여년 전부터 구축해온 룰루레몬만의 소재, 마케팅 전략의 강점은 후발 주자들에게 조금씩 따라잡히고 있습니다. 또 경영에서 손을 뗀 창업자 칩 윌슨은 그의 인사이트와 별개로 차별적인 발언을 공개해 갈길 바쁜 룰루레몬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죠.

윌슨은 올해 1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최고경영자와 이사회를 겨냥해 "모든 사람을 겨냥한 갭처럼" 만들고 있다며 기능복이 아닌 일상복으로 전환 중인 사업 전략에 대한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코카콜라·펩시를 소비하는 이들과 비교하며 "브랜드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26일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룰루레몬에 대한 월가의 평가도 다소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북미 매출은 12%, 해외는 전년대비 49% 성장했지만 시장 기대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죠. 또 팬데믹 기간 인수한 홈트레이닝 기업 미러(Mirror)는 지난 분기 7,210만 달러의 손상차손을 입었고, 펠로톤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기 시작했죠.

HSBC 애널리스트는 "향후 2년간 룰루레몬의 실적 증가폭이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고, 제프리스는 '브랜드 동력이 정점에 있다'는 의견으로 보류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수, 긍정적 의견이 아직은 더 많습니다. TD코웬의 존 케넌 애널리스트는 지난 29일 최근의 주가 하락에 대해 "국내 사업이 두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글로벌(중국 포함) 사업은 40% 이상 성장해 더 큰 비중으로 장기 성장면에서 밸류에이션이 저렴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알로 레깅스를 입은 테일러스위프트, 헤릴리 비버

● 흔해진 룰루레몬의 빈자리..'셀럽, 고가 전략' 닮은 알로

룰루레몬에 대한 미지근한 전망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시장은 또 다른 애슬레저 브랜드 알로 요가(alo)가 밀고 들어오고 있죠. 나이키를 닮아가는 듯 요가복 외의 의상과 신발 라인업을 확장하는 룰루레몬과 달리 톤을 낮춘 색감과 한정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겨냥한 브랜드입니다.

공기(air), 땅(land), 바다(ocean)의 앞글자를 딴 알로로 룰루레몬이 상장하던 2007년 대니스 해리스가 창업한 기업입니다. 모회사인 컬러 이미지 어패럴(Color Image Apparel)은 지난해말 투자 유치과정에서 약 100억 달러 가치 기업으로 평가받기도 할 정도로 시장이 일찌감치 주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엔 아직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는데도, 블랙핑크 지수를 내세운 덕분에 지난해부터 직구 수요는 물론 매장 내 한국인들이 부쩍 늘어난 브랜드이기도 하죠. 복부를 감싸는 하이웨이스트 레깅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138달러(세전, 약 18만 4천원), 에어리프트 수트 브래지어는 74달러(약 9만 9천원)으로 인기 제품들 가격이 룰루레몬보다도 더 비싸지만 프리미엄을 내세워 매출이 22년 기준 10억 달러를 이미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건 북미 소비 여력이 여전히 강력하고, 초기 룰루레몬을 연상시키는 40여개 매장과 연계한 요가 커뮤니티를 내세워 입소문에 힘을 준 전략 덕분입니다. 여기에 지수, 헤일리 비버 등 알로를 입은 유명인들의 파파라치 사진에 의존하는 한편 맨해탄, 소호 등 주요 지점들은 일부러 룰루레몬 바로 옆에 개점해 적극적으로 경쟁 구도를 연출하고 있기도 하죠.

다른 의류 브랜드보다 빠른 성장 배경에 대해 데니스 해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는 디지털 브랜드에 가깝다. 테슬라에 더 가깝고 다른 회사들은 레거시 완성차 회사들"이라는 도발적인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 제2의 룰루레몬은 누구…세분화되는 애슬레저 시장

이러한 레깅스 기업들이 목표로 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30대, 여성 고소득 직장인이지만,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Z세대 여성,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남성 레깅스 소비자들로 시장은 점점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 마켓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레깅스, 애슬레저 시장은 2023년 기준 2,054억 달러 규모이고 2030년까지 연평균 9.1% 성장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룰루레몬도 2026년 매출을 2021년대비 2배로 늘리고 남성 소비자와 중국 매장 확장 등 해외에 주력해 보다 캐주얼하면서도 광범위한 활동을 소화할 의류 시장으로 옮겨가려는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이러한 소비가 줄지 않는 건 한 번 입게 되면 운동을 하든 집에서 쉬든 편안함에 익숙해지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체형에 신경쓰고 운동할 정도 여력이 있는 사람, 즉 여유와 부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합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뒤늦게 알아본 경쟁사에는 알로 뿐 아니라 뷰오리, 아웃도어보이스, 패블레틱스를 비롯해 나이키와 명품 브랜드들까지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할인 판매까지 감수하며 재고를 줄이고 시장을 지키기 위해 나선 룰루레몬과 요가복만으로 빈틈을 차지하려는 경쟁사의 성장. 무엇보다 소재의 차이가 점점 줄고 사업 전략마저 베껴가는 전쟁터가 된 애슬레져 시장의 이변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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