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버틴다더니…분양 늘리는 건설사, 속사정 살펴보니

방서후 기자

입력 2024-03-11 14:29   수정 2024-03-11 21:18

    <앵커>

    좀처럼 회복될 줄 모르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더해 다음달이면 무너지는 건설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이른바 '4월 위기설'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건설사들은 분양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픈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올해 건설사들이 분양을 대폭 늘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증시에 상장된 주요 대형사들의 올해 분양 목표를 보면 지난해 공급 실적보다 적게는 약 20%, 많게는 3배 가량 높여 잡았습니다.

    지난해 6천가구 분양에 그쳤던 현대건설이 올해는 2만가구를 분양한다고 나서면서 목표치를 가장 많이 늘렸고요.

    보수적으로 사업 계획을 잡기로 잘 알려진 DL이앤씨도 1만가구 수준의 분양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분양 실적의 두 배를 넘는 양이고요.

    이밖에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분양 목표도 각각 전년 실적 대비 25%, 18% 증가했습니다.

    GS건설만이 유일하게 올해 목표를 줄였는데요. 줄인 게 2만가구에 달합니다.

    <앵커>

    분양시장이 좀 회복되는 걸까요?

    <기자>

    우선 구분을 해야할 게 있습니다.

    작년에 실제로 공급했던 물량보다 두드러지게 늘었다는 거지 작년 초 공개했던 분양 목표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줄어들긴 합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올해 분양을 공격적으로 한다는 건데, 애석하게도 장밋빛 전망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작년 분양 목표 대비 실제 공급이 저조했기 때문에 기저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분양 목표 달성률이 28%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통상 건설사들이 선분양을 하잖아요.

    착공과 동시에 분양을 하는 구조인데,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데도 분양을 늘린다는 건 그만큼 미착공 사업장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사비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미분양 우려까지 겹치면서 사업 진행을 늦췄지만, 더는 미룰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착공이 지연될 수록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소위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마디로 시장이 회복된 게 아니라, 착시였던 거죠.

    <앵커>

    밀어내기까지 했는데 안 팔리면 더 안 좋은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약 6만4천가구로 두 달 연속 증가했습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6개월 연속 늘며 37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 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미분양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발생해도 준공 때까지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거든요.

    일단 착공에 들어가고, 물량을 차차 소진하면서 공사비를 회수하는 구조인데, 이제는 이게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예상 손실금 1,100억원을 실적에 반영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미분양 4,600여 가구를 같은 해 바로 손실 처리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4,600여 가구 중 준공 후 미분양은 약 250가구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천가구 이상은 준공 때까지 팔리길 기다리면 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는 뜻이죠.

    보통 현장별 계약률이 70%가 넘어가면 공사비 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시장이 워낙 침체되다보니 작년에 분양했던 사업장 중 계약이 저조한 곳들은 앞으로 계약률 50%도 넘기기 어렵다고 보는 거고요.

    전문가들은 다른 건설사들도 대우건설처럼 미분양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도대체 건설주는 언제 투자해야 합니까?

    <기자>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건설주 투자에 신중하라고 입을 모읍니다.

    증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업종 비중확대 근거가 더 이상 없다고 보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합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건설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립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여겨집니다.

    또 매월 건설 업종 보고서를 발간하는 하나증권도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도 추천 종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부동산 업황이 좋지 않고, 건설사들의 미분양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가 하방이 열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