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어진 밸류업..."증시 부양은 경제 돌파구" ['배당선진국' 대만을 가다]

박승완 기자

입력 2024-04-04 10:34   수정 2024-04-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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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증시 부양, 금융 위기에 출발
    <앵커>

    증권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어제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대만은 강진까지 발생했었죠.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은 분위기이고, 가권지수 역시 비교적 선방했죠?

    <기자>

    어제 가권지수는 0.63%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1% 넘게 빠진 코스피·코스닥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홍콩증시와 비교해도 무난한 성적표죠. 장 초반 지진으로 TSMC 공장에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냐는 걱정에 미끄러지다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소식에 낙폭을 일부 줄였습니다. 종가 기준 역대 2번째 최고가입니다.

    <앵커>

    25년 만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지수는 최고가 턱밑이다,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군요. 주가만 놓고 보면 지진은 한반도에서 난 것 같습니다. 가권의 강세, 역시 TSMC 덕분 아니겠습니까?

    <기자>

    대만 증권 당국이나 투자자들 역시 엔비디아에 힘입은 TSMC의 질주를 배경으로 꼽습니다. AI 관련주에 투심이 몰리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재미를 봤단 거죠. 대만거래소에 따르면 지수 상승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컴퓨터및주변기기 업종입니다. 실제로 반도체가 70% 오를 때 컴퓨터는 120% 뛴 것으로 나타납니다.

    수급상으로는 대만으로 돌아오고 있는 투자금도 가권 강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에 들어갔던 돈이 자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국 시장에 대한 실망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맞물려 가권지수는 지난 2월부터 연겨푸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앵커>

    단기로는 기업들의 성과, 중기적으로는 자금 이동 덕분에 증시가 올라왔다는 뜻이군요. 무엇보다 주목받는 건 거의 30년간 밀어붙인 증시 부양 시도입니다. PBR만 해도 코스피의 두 배죠?

    <기자>

    대만이 2.12, 우리는 보통 0.95를 오르내리는데, 최근 밸류업 기대에 1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우선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했습니다. 일정 기준 이상으로 이익을 남기면 추가 법인세를 매겨서 세금 낼 바에야 차라리 배당을 하는 쪽으로 이끈 거죠. 이사진의 구성을 다양하게 하도록 해 독립성을 키운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사회가 일부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대다수 주주들의 이익을 따지게 한 거죠.

    대만 당국은 증시 부양의 시작점으로 1998년을 짚는데요. 당시 아시아 전역에 불어닥쳤던 금융 위기에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책들의 기초를 놓았다는 설명입니다. 수출입 중심의 경제 구조 특성상 외부 투자금 없이는 살아나기 어렵다는 절박에서 끈질기게 추진해온 정책들이 오늘날 강한 증시로 이어진 거죠.

    [인용샹 / 대만사범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우선은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면 자본상 도움이 되고, 두 번째로 외국 투자자는 금전 외에 아이디어, 관념, 혁신을 가져옵니다. 외국 투자자는 수출 지향적인 나라에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만 두 나라의 기업 환경이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 산업은 중소기업 위주이고 이들이 GDP 90% 이상을 담당하죠. 반면 한국은 GDP 절반 이상을 주요 대기업이 차지합니다. 대만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대기업을 설득하는 데도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거친 만큼 우리는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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