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포기 제주항공...호재냐 악재냐

유오성 기자

입력 2024-04-30 18:03   수정 2024-04-30 18:04

    불참 택한 '원조 아시아나맨'
    [앵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본입찰에 제주항공이 막판 불참을 선언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독이 든 성배를 피했다는 의견과 몸집을 불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산업2부 유오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지난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에 제주항공을 뺀 항공사 3곳이 참전을 했죠. 제주항공이 유력한 후보였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인데, 어째서 불참까지 간 겁니까?

    [기자]
    매각 측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가가 지나친 고평가라는 것이 제주항공 측 입장입니다.

    매각 측은 아시아나 화물 매각가를 1조5천억원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부채 4천억 원을 뺀다해도 1조1천억 원은 받아야 한다는 거죠.

    이처럼 인수를 위해 많은 돈이 들지만, 인수를 하고 난 뒤 실익이 크지 않을 걸로 분석한 걸로 보입니다.

    아시아나 화물 매각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이 기준입니다. 이 때는 선박 항로 봉쇄 탓에 항공 화물 수요가 몰렸고, 이 덕에 실적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엔데믹을 맞아 화물사업부 실적이 제자리를 찾은 만큼 매각가도 조정이 필요했던 걸로 분석됩니다.

    [앵커]
    당장은 매출이 떨어진다고 해도 화물사업부를 인수해서 잘 운영하면 되잖아요.

    단숨에 몸집을 키울 기회였을텐데, 인수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은 매물 자체의 경쟁력에 요인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기자]
    단순히 업황 탓 만은 아닙니다. 매물이 어떤지도 봐야 하는데, 이걸 봐도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할 수 없는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우선 기체 노후화가 상당합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화물사업부는 총 11대의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대가 25년 이상된 노후 기체들입니다. 화물기를 사와도 처분을 해야 하거나, 대규모 정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격납고나 정비 인력은 매각 대상이 아닙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고도 추가 투자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화물사업부 매출이 부풀려진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은 1조6천억원 수준인데, 여기에 여객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벨리카고 비중이 절반 가량입니다.

    화물 사업 경쟁력인 화주 네트워크가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매물이 가진 매력도를 낮춘 요인입니다.

    막상 사업부를 떼와도 쓸 만한 게 별로 없다보니 인수를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걸로 보이고요.

    재밌는 점은 제주항공 수장인 김이배 대표가 아시아나항공 창립 당시부터 근무했던 원조 아시아나맨이라는 겁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보니 앞선 예비 입찰을 통해 상태를 확인해보고, 참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그래도 업계 1위이고, 그나마 다른 인수 후보자들에 비해 탄탄한 모기업을 보유한 곳이라 이번 인수전 불참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
    당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이뤄지고 나면 이들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통합이 이뤄질 거라 그렇습니다.

    통합 LCC 매출을 단순 합산해봐도 제주항공 매출을 뛰어 넘거든요.

    또 대한항공 유럽 일부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 추격도 신경쓰이는 대목입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LCC 매출 1, 2위를 다투고 있는데, 티웨이항공 유럽노선이 자리잡을 경우 티웨이 매출이 제주항공을 넘을 걸로 전망되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 유럽 노선이 매년 5천억원 가량을 벌어다 줄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항공업 재편에 맞춰 경쟁사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만큼 특별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제주항공이 앞으로 경쟁력을 얼만큼 가져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일텐데, 어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기자]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등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 보다 기존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차세대 항공기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말 부터 신형 구매기를 순차 도입하는 기단 현대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미 기존 기종보다 항속거리가 긴 차세대 B737-8기 기종 2대를 도입했고, 올해 5대가 추가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리스기 대신 구매기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건데, 계획대로라면 연간 운용비용이 12% 정도 절감될 전망입니다.

    아울러 사업 다각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화물전용기를 도입하는 등 자체 화물기로 화물 사업 분야도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거군요.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 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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