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붐의 저력…'산유국' 꿈에 부푼 건설사

방서후 기자

입력 2024-06-12 14:39   수정 2024-06-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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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우리 건설사들의 수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공사비 급등과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위축된 건설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아직 확실하게 나온 건 없잖아요?

    그래도 만약 정부가 밝힌대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건설사들이 뭘 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그야말로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해저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게 물인지 가스인지 석유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시추'를 해야하는데,

    최소 다섯 군데는 뚫어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대왕고래인 것이고요.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만 1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는 이 대왕고래를 포함해 어느 곳을 먼저 뚫을 지 검토 중에 있습니다.

    다음 달 그 첫 시추지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고요, 올해 말 시추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만약 이렇게 해서 발견된 석유나 가스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것을 육상으로 끌어올려서 우리가 쓸 수 있는 형태로 생산하고 처리하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바로 그런 대규모 플랜트를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시추를 하고도 한참 뒤의 일인 데다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보이는데, 국내 건설사들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단 뜻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삼성E&A의 경우 주택사업을 하지 않는 국내 유일의 순수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로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미 우리나라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육상 구조물 건설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수주금액만 연간 매출액의 6% 정도였고요.

    최근에도 GS건설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조원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를 수주했는데요.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수주 금액입니다.

    <앵커>

    다른 건설사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대가(家) 형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월이었죠.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바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따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부가가치 원유를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등으로 바꿔주는 설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고요.

    이밖에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유화학 산업에 필요한 부가 산업들도 국내 업체들이 수행할 수 있는데요.

    이 분야에서는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저장하거나 다른 산업재로 활용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DL이앤씨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앵커>

    그런데 수혜주로 거론된 기업들, 주가 흐름은 어째 시원찮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기자>

    아무래도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무엇을 어디에 짓든 결국 시추를 해 봐야 알 수 있는데, 그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우선 당장 올 하반기에 진행될 탐사 시추 단계만 하더라도 건설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일거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는 이미 노르웨이 업체와 시추 계약을 맺은 상황입니다.

    이후 생산시설을 짓더라도 해저 파이프 같은 해상 구조물은 조선업계 몫입니다.

    그러면 육상 생산시설이 남는데, 건설사들이 수주 가능한 규모는 5천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됩니다.

    <앵커>

    너무 적은 거 아닙니까?

    <기자>

    과거 2001년, 동해 가스전 개발 사례를 통해 보수적으로 추산된 금액이긴 합니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800억원 규모로 수주했고요.

    현대중공업이 해상 구조물을 맡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육상처리시설을 지었습니다.

    그때보다 지금 공사비는 3배 올랐고, 천연가스 수요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개발 규모는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0.45억 배럴에서 140억 배럴로 300배 넘게 치솟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건설사들 몫이 최소 5천억원에서 1조원이라는 겁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나 개발 규모 변동 여부에 따라 수주 금액은 더 높아질 수 있고요.

    숫자만 보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삼성E&A 기준으로 1조원이면 연간 매출의 10%는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집만 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는 건설사들에겐 놓칠 수 없는 먹거리인 셈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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