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행위 경위·정도·결과 따진다
관리조치 여부에 따라 감면 판단
지난 3일부터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권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횡령과 같은 금융사고의 경위와 정도, 피해결과가 제재 수위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될 전망이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담당 책무자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제재 감면 기준이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관련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 및 제재 운영지침안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사에 인센티브
먼저 당국은 금융회사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해 운영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을 실시한다. 책무구조도의 법정 제출기한이 가장 빨리 도래하는 은행과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추후 다른 권역으로 확대 추진키로 했다.
책무구조도의 시범운영을 희망하는 금융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금감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날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내부통제 등 관리조치를 시범운영할 수 있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금감원은 시범운영기간 중 금융회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과 자문 등 컨설팅을 실시하고, 시범운영기간 중에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만약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체계의 시범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하고 시정한 경우엔 관련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감경 또는 면제해준다는 계획이다.
◆ 결과 중대성·상당한 주의 수준 고려해 제재
당국은 이날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시 제재와 감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주요 고려요소와 기준을 담은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안'도 마련했다.
먼저 '위법행위 고려요소'로는 ▲위법행위의 발생 경위 및 정도 ▲위법행위의 결과 등 2가지를 고려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관에 대한 제재 사유, 과거 검사사례 분석 등을 토대로 8개의 세부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발생 경위 및 정도와 관련해서는 위법행위가 임원 등의 조장·방치 등에 기인했는지 여부, 장기간 지속적·반복적 발생 여부 등 그 원인 등의 관점에서 고려하고, 위법행위의 결과와 관련해서는 소비자의 대규모 피해 발생 여부,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에 대한 중대한 저해 여부, 금융시장 질서의 심각한 훼손 여부 등 결과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과거 발생했던 DLF 사태와 개인정보유출, 반복적인 횡령과 작업대출 등 사태가 당국이 제시하는 중대한 위법행위 기준에 해당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책무자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을 경우 제재 감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당한 주의 여부는 임원 등이 위법행위 결과 발생에 대해 예측 가능했는지(예측가능성)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결과 회피)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헀다.
예측가능성은 금융회사의 해당 업무에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통상적인 임원에게 요구되는 주의 수준을 기준으로 위법행위 등 결과 발생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결과 회피 여부는 위법행위 등 결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관리조치를 사전에 이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며, 이를 위해 4가지 주요 고려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임원은 문서와 이메일, 전산시스템 등 객관적 증빙자료를 통해 당국에 소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때, 운영지침에 따라 위법행위 요소로서 위법행위 중대성을 파악하고, 행위자 책임 관련 요소로 상당한 주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제재와 감면 여부가 결정된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보는 "운영지침안은 8월 말까지 업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회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다만 최종 제재 양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인 만큼 확정이 되면 추후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운영지침안을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제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내부통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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