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도입 의무화도 추진
정치권에선 '온플법' 재논의
업계선 "과잉규제 우려돼"
현재까지 추산된 피해 규모만 2700억원이 넘은 티몬·위메프 사태에 정부와 정치권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스스로 정산과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도록 했던 자율규제 원칙이 사실상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전범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전 기자, 우선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적정한 법적 규제가 없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타당한 측면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결국 티메프 사태의 본질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판매 자금을 바로 정산하지 않고 계열사 M&A 등에 사용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최대 70일에 달하는 정산 대기 기간을 활용해 상품권 할인판매 등으로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것도 피해 규모를 키웠는데요.
정산 주기와 정산 자금의 사용 문제가 핵심인데, 이 두가지 모두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단일한 법이 아닌 전자금융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대기업유통업법 등으로 파편화되어있는데요.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대금을 M&A로 실제로 사용한 것이 확인이 되면 수사 끝에 횡령과 배임 등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기존 규제는 피해 발생시의 구제에 집중하고 있어 사전에 자금 유용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게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판매대금의 기한을 명시적 제한하는 법은 대기업유통업법 뿐인데, 그조차도 백화점, 할인마트 등 전통 유통사와 제품을 직매입하는 쿠팡 등 소수 플랫폼에만 적용되고, 티몬 위메프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앵커>
정부의 입장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걸 넘어, 플랫폼들이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자금을 쥐어틀고 있는 구조를 바뀌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들이 논의되고 있나요?
<기자>
네 우선 정부에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3개 기관이 각자의 분야에 해당하는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티메프처럼 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사를 스스로 겸업하는 회사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도 판매 자금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같은 강력한 방화벽을 설치하거나 네이버나 쿠팡의 사례처럼 두 사업을 분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시행을 앞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적용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이번에 문제가 된 티몬 상품권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연 500억원 이상 발행하는 회사에 대해, 전자지급수단 판매액의 50% 이상을 특정 조건 없이는 이체할 수 없는 에스크로 계좌에 넣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말씀드린 대기업유통업법을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적용해, 60일 이내에 판매금 정산을 강제하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기존 제도로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만큼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회에선 티메프 규제를 두고 어떤 분위기가 감지되나요.
<기자>
네 현재 국회에는 티메프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되고 있는데요.
앞서 거론된 정부안에서 나아가, 더 강력한 규제 조치를 도입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으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금융당국이 티몬과 위메프 같은 등록전자금융업자의 경영 상황을 검토하고 영업정지나 임원교체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플랫폼 내 거래가 완료되고 10일 내로 정산을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아예 플랫폼사가 이용약관을 개정할 때마다 정부에 신고하도록 하는 전지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이들 법안은 당국이 제출할 각종 대책과 함께 오늘로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는 통과될 전망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뒤늦게라도 강도높은 조치가 도입되는군요.
그렇지만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조속하게 규제를 입법하는 사이 온라인 플랫폼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커머스 산업은 기본적으로 쿠팡과 네이버처럼 시장 점유율 최상위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적자인 상황인데요, 판매 수수료와 광고비 외에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단기 자금 운용 자체를 규제하면 마케팅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현재 국회 다수석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총망라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이른바 온플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 온플법은 플랫폼의 자금 활용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입점사들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거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매출의 10%까지를 과징금으로 거둬가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플랫폼 업계는 온플법이 최초로 논의된 2020년부터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머지포인트와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를 거치면서 그동안 "업계의 자율 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던 공정위까지 방향을 선회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앵커>
소비자 보호라는 역할은 충실히 이행하면서, 자칫 플랫폼 산업 자체가 침체되지 않도록 당국과 정치권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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