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교도소는 '고문 지옥'"…학대·성폭력 의혹

입력 2024-08-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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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측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상대로 구타와 성폭력 등 '조직적 학대'를 일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베첼렘(B'Tselem)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여기가 지옥'(Welcome to Hell)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수감시설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처참하고 비인간적인 학대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공개했다.

베첼렘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수개월에 걸쳐 군 시설을 포함해 이스라엘 내 16개 수감 시설에 구금됐던 55명의 수감자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베첼렘은 이스라엘의 수감시설 실태를 "조직적 학대" 정책으로 간주돼야 하며, 수감 시설을 '고문 수용소'로 불러야 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베첼렘은 이같은 학대행위와 수감시설을 관장하고 있는 극우파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베첼렘은 지난해 초 취임한 벤그비르 장관이 신선한 빵 등 자신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주어졌던 "특전"이라고 규정한 것들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했다면서 수감자들의 식사량 축소도 그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교정당국(IPS)은 성명을 통해 법에 따라 수감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대가 자행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IDF)도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구금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구금시설에서 체계적인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감시설 내 학대행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도 우려한 사안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바르 국장이 지난 6월 유출된 서한에서 이스라엘이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평가하면서 국제법정에서 이스라엘이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증언도 구체적이며 각종 의료기록과 신체 상태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베첼렘 보고서에 포함된 수감자 외에도 독자적으로 8명과 인터뷰했다면서 이들의 증언도 베첼렘 보고서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벤그리브 장관의 억압조치가 수감자들을 옥죄었지만, 그보다 앞서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태도를 바꿔놓았다는 것이 수감자들의 증언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2년 체포돼 수감생활을 했던 피라스 하산(50)은 이스라엘 수감시설에서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면서 당시에는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모든 희망을 잃었었다고 돌아봤다.

하산은 정원이 7명인 방에 20명이 갇혀 있었다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한 적도 있으며 성폭행당했다는 수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실 물과 씻을 물이 부족해 수감시설 내 위생상태가 악화했다면서 저녁으로 5숟가락 정도의 생쌀만 제공됐으며 방마다 제공되는 물도 하루 2리터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설명했다.

음악가인 아슈라프 알무타세프(53)는 6개월 수감생활 동안 교도소 3곳에서 계속된 고문과 학대, 모욕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도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으며 갈비뼈 4개가 부러졌다면서 당시에는 폭행과 배고픔으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여성 작가인 라마 알파쿠니(48)는 수감생활 동안 생리대도 없이 생활했으며 성폭행 위협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가디언은 이어 수감시설에서 사망한 3명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도 있었다면서 2명은 교도관의 폭행으로 사망했으며, 다른 한명은 의료지원을 거부당해 지병이 악화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수감시설 수감자 수는 지난해 10월 7일 이전에는 5천20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초에는 9천623명으로 급증했으며 비상 입법에 따라 기소나 재판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는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된 수감자도 1천402명에 달했다.

연간 한두명이었던 수감 중 사망자도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만 6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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