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 부천의 호텔 화재로 7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발화 지점과 가까운 방에 투숙한 20대 여성 A씨는 탈출 대신 화장실로 대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23일 취재진에 털어놨다.
강원 강릉 모 대학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최근 부천의 대학병원에 실습을 받으러 왔다가 이곳 호텔 806호에 머물게 됐다. 발화가 시작된 810호 객실과 가까워 A씨는 금세 불이 난 것을 알 수 있었다.
A씨는 "타는 냄새를 맡고 객실 문을 열었는데 복도 전체가 회색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현관문을 닫고 객실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지만, 여기도 연기가 자욱했다. 그는 당장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후 119에 전화를 걸었고 소방대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틀었다. A씨는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샤워기에서 뿜어나온 물이 수막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화장실에 머물렀고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다.
그는 "화장실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고 전했다.
A씨 가족은 이날 A씨가 숙소에 남겨둔 짐을 찾으러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
A씨 어머니는 "딸이 샤워기를 틀고 잘 대응해준 것 같다"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있을 때 이런 대응 방법들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806호 투숙객은 극적으로 생존했지만 806호의 복도 건너편 807호 투숙객 2명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졌다.
화재 발생 21분 만인 오후 7시 55분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를 뒤덮자 이들 30∼40대 남녀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져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후 뛰어내린 남성도 바닥으로 떨어져 2명 모두 숨졌다.
이들이 머물던 807호는 발화 지점인 810호와 같은 라인이라 806호보다 열기와 연기가 더 심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화재로 인해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고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화재 당일에는 호텔에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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