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로 대피 생활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인천 청라의 아파트 주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발진 증상 등으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께 청라2동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임시주거시설에서 10세대 30명이 퇴소하면서 전기차 화재 대피소 운영은 종료됐다.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재개되고 세대별 청소가 이뤄지며 귀가 인원이 늘었다.
그러나 아파트로 돌아온 주민들은 집 안팎으로 구석구석 퍼진 분진이 아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 눈 충혈, 발열 증상 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최근 주민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는 "피부 발진과 두드러기 때문에 치료받았다", "딸의 눈이 심하게 부어 안과를 다녀왔다"는 사례가 연이어 올라왔다.
주민 정모(39)씨는 "겉보기엔 청소가 완료된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곳곳에 분진이 남아 있다"며 "며칠 전 먼저 집으로 들어왔다가 발진이 생겨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탁업체에선 미세 분진이 섬유 깊숙이 남아 있을 수 있어 웬만하면 아이들 옷은 버리는 게 낫다고 했다"며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불이 난 지하주차장 일대에선 유독가스를 지상으로 빼내는 배풍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창문도 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세대의 경우 단기 숙박을 찾아 다시 집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들을 키우는 김모(43)씨는 여러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한 달간 오피스텔을 빌려 생활하기로 했다. 김씨는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거나, 돌아와도 다른 숙박업체를 구해 아파트를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벽지와 바닥 공사를 모두 새로 했지만,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에는 여전히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유해가스 농도가 나온다"며 "아이들 건강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각자의 건강을 알아서 챙기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이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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