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증가를 불러오는 투기적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은행의 합리적인 현장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 기자실에서 "정부의 일관적인 입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시키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성장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과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갖고 정부가 (포괄적 규제를) 정하기보단, 차주들의 사정을 잘 아는 은행들이 현장의 창구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맞는 방식으로 (대출 심사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의 메시지는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이후 은행들이 각기 다른 대출 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들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삼성생명은 1주택자 대상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반면, 나머지 은행들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주담대와 함께 가계대출의 '양대축'인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은행들의 정책은 제각각이다. 국민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였고, 전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 범위로 제한하기로 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각기 다른 정책을 꺼내들며 차주들 사이에선 "어느 은행에 가면 대출이 되고, 어느 은행에선 거부당한다"며 혼란이 커진 점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대응하는 것이 정책의 효율성은 물론, 금융사 운영의 선진화 측면에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한편 이번 정부 내내 이어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두 당국기관 간의 메시지 혼선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이 현장에서 부채를 관리하다보면 실수요자 판단에 대해 어려움이 있을텐데, 은행들도 실수요자에 대한 더 많은 고려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메시지 혼선으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금융위 금감원이 서로 조율하고 메시지도 내면서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은행마다 상품 운용이 들쭉날쭉한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맞춰야 한다"며 "유주택자는 무조건 대출이 안 된다고 하는 건 금감원과 공감대가 없던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은행권에선 "당국이 은행을 향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한 뒤 현장의 불만에 대해선 '은행탓'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당국은 가계부채 대응의 실무를 은행 현장에 맡기되, 주담대 등 각종 대출 수치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다면 추가적인 규제조치를 언제든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주담대를 막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인 관리 수단을 기용해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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