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동화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고가 차량 판매량이 높은 데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하려면 전동화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동차 판매량에서는 전 세계 1위인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차량 평균 가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동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조사 결과, 2023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총 3천5만대(34.4%)에 달하는 차량이 판매됐으며, 유럽과 미국이 각각 1천670만대(19.1%), 1천613만대(18.5%)로 뒤를 이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다만 업계는 차량 1대당 판매 가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가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미국의 신차 평균 거래 가격(ATP)은 4만8천644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의 신차 평균 가격은 2만달러 중반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조사에 따르면 6월 기준 중국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약 18만6천위안으로 확인됐다. 달러로 환산 시 2만6천달러가량이다.
판매량과 평균 판매가를 곱해 시장 규모를 단순 비교하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1천47조원을 넘어서지만 중국은 1천43조원 안팎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자국 브랜드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점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CPCA 통계를 인용해 2022년 2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 점유율은 56.6%였으나 같은 해 7월 50.2%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33%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온실가스(GHG) 배출 규제책과 기업 평균 연비(CAFE) 규제를 시행하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차종별 목표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차감한 뒤 공급대수 등을 곱해 최종 크레딧을 산출한다. 기업 평균 연비 규제 역시 완성차 제조사 평균 실적에서 각각의 목표치를 차감한 후 차량 공급대수 등을 곱해 계산한다.
두 규제 모두 3년 내 마이너스 크레딧을 청산하지 못하면 페널티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업체는 벌금을 내거나 다른 업체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실적 발표 시 '규제 크레딧' 항목을 별도 기입하고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테슬라의 규제 크레딧 매출은 2021년 14억6천500만달러, 2022년 17억7천600만달러, 2023년 18억2천400만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규제 크레딧으로만 연간 2조원이 넘는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완성체 업체가 이 같은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연간 수억달러에서 많게는 수십억달러의 크레딧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전면 후퇴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35억달러(약 4조6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 양산이 목표다.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들어설 합작법인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포드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국 제조사들과 협력해온 배터리에 대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양산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머스탱 마하-E 모델용 일부 배터리 생산을 폴란드 공장에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드와 SK온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은 2025년 중반부터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 역시 포드와의 기술제휴 형태로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침투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 향후 전기차 성장 잠재력이 높다"며 "11월 미국 대선 등 단기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