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떠넘긴 폐기물 처리, 고려아연 거절해 갈등"

입력 2024-09-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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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지난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해오다 갈등을 빚게 된 것은 영풍이 자사 유해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던 것이 계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사 동업 관계가 상당 기간 잘 유지됐는데, 정확히 4∼5년 전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사장, 부회장에 오르기까지 약 40년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 관계를 지켜봤다.

그는 당시 낙동강 상류의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불거지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고려아연이 이를 거부해 갈등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부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의혹을 받았다.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2021년 영풍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환경 범죄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은 이 문제 해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며 "이걸 막은 게 바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었고, 그 뒤로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 부회장은 이 외에도 영풍이 고려아연에 부당한 경영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후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 부회장은 "믿지 않는다"며 "중국이 세계 비철 생산의 절반을 하고 있고, 관련된 분야 생산의 절반을 전부 중국이 하는데, 당연히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원료의 절반을 공급하는데, 반도체도 셧다운될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무너지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의 소재 원가도 올라 국가산업 경쟁력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측이 주장한 고려아연의 투자 적절성에 대한 해명에도 나섰다.

그는 '이그니오 고가 매수' 의혹에 대해 "미국에서 폐자재를 처리하고 분리해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스멜팅하기 위한 투자로, 미래·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따져보고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했다.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며 문제없는 투자였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이 직접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설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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