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가 없다"…이란 강경 VS 신중론 균열

입력 2024-09-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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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레바논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암살에 대한 '저항의 축' 맹주 이란의 보복 수위 등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란이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는 서방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지도자들은 하산 나스랄라 살해 및 베이루트 폭격 후 이스라엘에 반격할 주체는 레바논 무장대원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의 사망 소식에 하메네이는 깊은 충격을 받고 애도 중이지만 침착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익명의 이란 관리 4명을 인용해 NYT는 전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전면 지원 방침을 선언하면서도 "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저항 세력을 이끄는 헤즈볼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헤즈볼라이며 이란은 지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석가들의 전언을 토대로 하메네이가 자신의 대리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맹공격에 지금 당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을 수 있다면서, 하메네이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과 자기 보호를 위한 몸 사리기라는 선택지에 직면해 후자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하메네이의 발언은 그가 현재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도 읽힌다"고 말했다.

실제 나스랄라 사망 소식에 이란의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지, 하메네이가 다음 목표가 될지 궁금해하며 충격과 불안에 휩싸인 분위기라고 이란 관리 4명이 전했다.

나스랄라 폭사 직후 하메네이가 소집한 긴급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사이드 잘릴리를 비롯한 보수파 위원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선제공격 전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온건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확전을 위해 네타냐후가 파 놓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강경 대응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온건 성향의 다른 위원들도 네타냐후가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란의 국가기간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며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파 위원들은 이런 유화적인 메시지가 이스라엘에 나스랄라를 살해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전 부통령은 전날 테헤란에서 이뤄진 한 인터뷰에서 "(나스랄라 사망은) 엄청나게 큰 타격으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면서도 "우리는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전쟁은 (논의) 테이블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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