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주사'가 강남 엄마 필수품? 정상에 쓰면 말단비대증 우려

김수진 기자

입력 2024-10-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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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주사요? 강남권 학부모라면 누구나 알아요. 투명교정, 키 크는 주사 이렇게 2개는 기본으로 들어가요."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가 청소년 학부모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사춘기 전 꾸준히 맞으면 4~5cm는 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너도나도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성장호르몬제 매출 역시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최근 5년간 국내 성장호르몬제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31%이며,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약 4,445억원 수준이다. '성장클리닉' '성장치료'란 단어를 내걸고 광고하는 병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엄연한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으면 부모의 키를 고려한 신장 예상치보다도 작은 키(예상치보다 40cm 적은 수준)로 자랄 수 있다. 또한 복부 비만이 나타나며, X선 검사를 했을 때 뼈의 나이가 정상보다 적어 보인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아니며, 출생시 키·체중이 정상이라도 성장호르몬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크면서 또래(동일 성별과 연령) 아이들 100명 중 키가 작은 순으로 3번째 이내라면 저신장으로 판단,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닌데도 단순히 신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찾는 경우는 문제가 된다. 식약처는 "성장호르몬 주사의 불필요한 처방·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의약품이다보니,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량투여하는 경우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사항의 범위 내에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단비대증은 몸 속에 성장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많으면 생기는 질환이며, 서서히 진행돼 당장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키보다는 신체 끝에 있는 턱, 코, 손, 발 등만 커지게 되며 심장이 커져 심장비대증을 동반할 수 있다. 시력 손상과 쉰 목소리도 한 증상이다.

의료인의 판단 하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사용하더라도 주의점은 존재한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고, 당뇨병 약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아 당뇨가 있다면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심장질환이 있어도 체액저류(신체기관이 비정상적으로 부음) 위험이 있어 마찬가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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