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여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ETE)의 주원인이 화산재와 황산염이 태양을 가려 발생한 '화산 겨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의 원인은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과학자들은 수천 년 년에 걸친 대규모 화산 폭발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수준의 온난화를 일으키고 바다를 산성화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화산 겨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기후대학원 데니크 켄트 박사팀은 29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트라이아스기 말 대규모 화산 폭발은 수십만 년간 지속된 게 아니라 100년 이내로 매우 짧게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때 대량 방출된 황산염으로 인한 화산 겨울이 대멸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라이아스기가 끝나고 쥐라기가 시작된 2억1천160만 년 전 지구에서는 모든 생물종의 4분의 3이 사라지는 대멸종이 일어났다.
당시 대규모 화산 폭발이 60여만년에 걸쳐 일어나 방대한 양의 용암이 분출돼 거대한 대륙 판게아가 아메리카, 유럽, 북아프리카로 갈라지고 쥐라기가 시작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모로코의 산과 노바스코샤의 펀디만, 미국 뉴저지의 뉴어크 분지에 분포된 중앙 있는 중앙 대서양 용암 지대(CAMP) 표본을 이용해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 폭발 당시 만들어진 암석 내 자성 입자 방향을 분석했다.
중앙 대서양 용암지대는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을 일으킨 화산 폭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층으로 지금까지 이 화산 퇴적물이 최소 수천 년에 걸쳐 쌓였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연구팀이 2억1천16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암석의 자성 입자 방향을 분석한 결과, 트라이아스기에 종말을 가져온 용암 분출이 수십만 년간 지속된 게 아니라 1세기 미만의 짧은 기간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암석 속 자성 입자는 생성 당시 지구 자기극 방향으로 정렬돼 있지만 오랜 기간을 거치는 동안 그 방향이 지구의 불변하는 북극(자전축)에서 약간씩 바뀌게 된다.
수십 년 이내에 생성된 용암의 자성 입자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수천 년 후 생성된 자성입자는 20~30도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마그마가 분출된 기간을 밝혀낼 수 있다.
연구팀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용암 분출이 1세기 미만의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면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황산염 입자가 대량 배출돼 지구를 급격히 냉각시키는 화산 겨울을 초래, 당시 동식물을 얼어붙게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트라이아스기 말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현재의 3배 수준 정도로 높아 온난화가 진행돼 동식물 생존이 어려워졌을 수 있지만 그 전에 당시 동식물에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화산 겨울이었다고 설명했다.
켄트 박사는 "이산화탄소가 온난화가 유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황산염의 영향은 거의 즉각 나타난다"며 당시 화산 폭발은 속도와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에 그로 인한 화산 겨울도 동식물에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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