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영국 IT재벌 마이크 린치 등 7명이 사망한 호화요트 침몰사고의 원인이 무리한 설계 변경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 침몰한 호화요트 베이지언호는 원래 설계상으로는 돛대 2개를 갖고 있었으나 원구매자인 네덜란드 사업가는 이 디자인을 원하지 않았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사업가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상적인 돛대 하나만을 원한 결과 베이지언호에는 갑판 위 73m에 이르는 초대형 돛대 하나만이 설치됐다. 무게만 24t에 달했다.
NYT는 이 결정으로 인해 베이지언호가 다른 슈퍼요트보다 훨씬 더 침몰에 취약해지는 중대한 공학적 결함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12명 이상의 해양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이들은 초대형 돛대로 무게중심이 높아져 강풍에 취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요트 측면에 설치된 높은 유리문과 통풍구가 지나치게 수면에 가까워 배가 기울면 물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생존자와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일 밤 강한 돌풍이 불자 베이지언호는 급격히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통풍구와 해치를 통해 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불과 몇 분 만에 침몰했다.
침몰 사고 원인을 승무원들의 실수 탓으로 돌린 요트 제작사 주장과는 상반된다.
베이지언호는 2008년 이탈리아의 슈퍼요트 전문 제조업체 페리니 나비가 건조했고 2020년 마지막으로 개조됐다.
페리니 나비의 모회사인 이탈리안 씨 그룹의 조반니 코스탄티노 최고경영자(CEO)는 선체 결함 가능성을 부인하며 베이지언호가 어떠한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또 승무원들이 안전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며 조사관들이 요트의 출입문과 해치가 열려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YT는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호화요트 설계에 대한 엄격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지언호는 지난 8월 19일 새벽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항구에서 약 700m 떨어진 해역에서 정박 중 침몰했다.
탑승객은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이었는데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 오토노미 창업가 린치와 그의 10대 딸 등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 조사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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