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과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로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강세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지난 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해 대형 기술 기업의 다음 주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높였다.
현지시간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절 거래일보다 52.58포인트, 0.88% 상승한 6,049.2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26.58포인트, 0.64% 상승한 1만 9,756.78선까지 회복했다.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는 애플 등 일부 종목 부진에도 537.98포인트, 1.24% 뛴 4만 4,025.81로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됐다”는 일성과 함께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고, 매일매일 오직 미국 우선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바이든 정부 당시 78개 정책이 한꺼번에 폐기됐고, 불법 이민과 에너지 공약 당시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지난주까지 상승세를 지켜오던 에너지 기업들은 트럼프의 ‘국가 에너지 비상선포’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 2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2.3% 내린 배럴 당 76.09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행정명령은 알래스카에 대한 활용을 극대화하고 내륙과 해상의 원유 시추, 천연가스에 대한 수출 재개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인프라 기업인 킨더모건은 3% 오르는 등 석유 기업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루시드와 리비안 등 전기차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와 충전 인프라 지원을 끊은 트럼프의 정책 여파에 각각 6% 이상 하락했고, 파산을 앞둔 카누는 72% 폭락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0.57% 약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와 파이퍼샌들러는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공급망 구축에서 테슬라의 잠재력이 반영되더야 한다며 매수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정책 수혜주로 꼽히던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동반 하락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했지만 최근 기대감으로 상승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 코인베이스가 0.44%, 마리톤디지털홀딩스가 1.76% 내렸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1.87% 하락했다. 미 SEC는 암호화폐의 등록 규정을 명확히하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의 공청회 등 시장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이다. 전날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한 뒤 폴 앳킨스 지명자 인선까지 마크 우에다 임시 의장이 SEC를 이끌게 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도 트럼프 정책 수혜 기대로 동반 상승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참여하는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향후 4년간 순차적으로 5천억 달러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오라클은 오픈AI에 이미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고, 트럼프가 75일간 서비스 유예와 매각 기회를 준 틱톡의 클라우드 협력사이기도 하다. 오라클 주가는 지난해에만 약 58%, 이날 하루 7.17% 급등했다. 이런 소식에 엔비디아는 2.27%, 마이크론은 3.47% 상승했고, 반도체 장비기업들도 1% 안팎 올랐다. 또한 전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 중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그곳에 성조기를 꽂겠다"는 발언의 영향에 스페이스X 지분 등을 담은 데스티니 테크100 상장지수펀드가 8.38%, 우주개발 업체인 로켓랩이 30% 폭등 하는 등 관련주 움직임이 크게 나타났다.

한편 1월 마지막 주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앞서 가늠자 역할을 하는 넷플릭스가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공개하며 현지시간 오후 5시 20분 현재 시간외에서 13% 가량 상승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스트리밍 유료 가입자가 1,891만 명으로 예상 920만 명의 약 2배 규모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증가폭은 44%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10억 5천만 달러, 주당 순이익은 102% 뛴 5.27달러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2의 전세계 흥행과 크리스마스 NFL 독점 중계, 마이크 타이슨 복싱 경기 스트리밍 등으로 가입자를 크게 늘렸다. 미국에서만 유료 가입자 72%, 남미에선 77% 뛰었다.
광고 요금제와 스포츠 스트리밍 등으로 이용자 확장에 성공한 넷플릭스는 북미와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일부 지역의 월 구독료 인상도 단행한다. 광고 요금제의 미국내 구독 요금은 월 7.99달러로 1달러 높이고, 표준 요금제는 2.5달러 올린 17.99달러, 프리미엄 요금제는 22.99달러에서 24.99달러로 결정됐다. 넷플릭스는 “프로그램에 계속 투자하고, 회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대형 기술기업들 가운데 홀로 부진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이 전년대비 18% 감소했다는 소식에 장중 한때 4% 넘게 하락했다. 이번 보고서뿐 아니라 월가의 평가도 돌아서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최선호주 목록에서 애플을 제외했고, 루프캐피탈은 1분기부터 수요 둔화가 반영돼 신제품이 나오는 3분기에도 기대치를 밑돌 우려가 있다며 매수에서 보유로 투자의견을 낮췄다. 제프리스는 다음 분기까지 한 자릿수 이하의 낮은 성장이 예상된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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