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 중에 하나가 한국이죠.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이번 조치 역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면 됩니까?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재건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번 조치 역시 중국을 견제한다기 보다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라는 큰 그림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특히 철강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제조업의 원재료죠. '산업의 쌀'로도 불립니다.
자국의 철강 업체인 'US스틸 살리기'라는 평가도 있죠.
트럼프 대통령이 US스틸 인수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번 관세 방침이 나왔거든요.
당시 "US스틸이 미국의 위대한 기업이었지만 나쁜 정부와 경영 때문에 쇠락했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관세가 US스틸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소재 금융중개 업체인 삭소방크의 차루 차나나 최고 투자 전략가는 "2018년 이후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주요 철강 공급국이 아니"라며
"이번 조치로 한국 같은 국가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인 2018년 이후에 중국 비중이 줄었나 보군요.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어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트럼트 대통령은 2018년 지금과 똑같이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는데요.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서 철강 관세를 면제 받았습니다.
대신에 연간 수출 물량을 263만톤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죠.
한마디로 263만톤까지만 무관세로 수출하게 해줄 테니 그 이상은 안 된다, 이런 겁니다.
그 결과 2015년~2017년 연평균 383만톤이던 수출량이 현재 70% 수준으로 축소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에서 물량 기준 3위, 금액 기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철강 관세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는데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새로 발표하는 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무관세 물량 이외에 25%의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래도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곳은 추가 관세로 5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고요.
대표적으로 포스코, 현대제철이 영향을 받을 전망인데요.
포스코의 경우 북미 수출 비중은 약 15%, 현대제철은 약 5% 수준인데, 모두 현지에 생산 기지가 없습니다.
<앵커>
쿼터제가 유지된다면 우리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어느 쪽이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산을 포함해 관세가 부과된 수입품은 미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철강 업체의 리스크가 국내 자동차, 가전 업체로 번질 수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현대차나 기아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원자재로 들어가는 철강 대부분을 국내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LG전자의 경우 미국 테네시주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데요.
여기서 사용되는 철판을 포스코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금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억3,191억원 수준입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들 업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알루미늄 업계는 이번 조치가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데요. 2018년 철강과 달리 별도의 협상 없이 10% 관세를 그대로 맞았기 때문입니다.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알루미늄 제품은 알루미늄박이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주요 품목인데요.
수출 규모는 연간 6억1,800만 달러, 약 9,000억원 수준입니다. 매년 수출 증가율도 20% 내외였습니다.
<앵커>
우리 업체는 대응책 어떻게 마련 중입니까?
<기자>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기로 하고 루이지애나주를 유력한 후보지로 저울질 중입니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둔 세아제강은 현지 증설을,
포스코는 미국 내 신규 생산 기지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포스코그룹은 이달 초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진출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를 부과할 방침도 전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호 관세는 양국에 동등한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도록 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가령 미국 입장에서 무역으로 손해를 본다고 판단되는 국가에는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려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역대 최대치인 660억 달러, 95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습니다.
FTA 체결국이지만 무역 수지를 따져 상호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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