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다시 기어오르는 '인플레이션'…해결방안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박승원 기자

입력 2025-02-17 08:57  



전 세계인이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으로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다 잡아가던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각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는 느끼는 체감물가는 30∼40년 만에 최고 수준은 이제는 예사로 보일 정도다.

인플레를 '짖지 않은 개(The Dog That Didn’t Bark)'로 경시해 왔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종전의 입장을 확 바꿔 회원국들에게 인플레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다시 주문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피벗(pivot)를 멈추고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고개드는 인플레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론적 배경이 필요하다. 인플레는 원인별로 비용 상승과 수요 견인으로 나눠지고, 상승속도에 따라 마일드·캘로핑·하이퍼로, 경기와 관련해 디플레이션·스테그플레이션·슬로플레이션·골디락스, 정책 의지와 결부돼 리플레이션·디스인플레, 그리고 공유 경제와 관련해 데모크라플레이션 등이 있다.

종전과 달리 이번에 인플레가 심각한 것은 동일한 통화정책 시차(9∼1년) 내에 모든 가능성이 한꺼번에 거론되는 '다중 복합 공선형'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이상기후 등이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사례인 이상기후는 초기부터 충격이 크고 오랫동안 지속돼 종전의 인플레 대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작년 4분기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는 공급측 요인이 강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측 인플레 요인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총공급 곡선(AgS·노동시장과 생산함수에 의해 도출)과 총수요 곡선(AgD·투자와 저축을 의미하는 'IS 곡선', 유동성 선호와 화폐 공급을 의미하는 'LM 곡선'에 의해 도출) 이론을 통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공급측 요건이 개선되면 총공급 곡선이 우측(AS1→AS2)으로 이동되면 성장률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골디락스' 국면이 도래한다. 하지민 최근처럼 공급요건이 악화되면 총공급 곡선을 좌측(AS2→AS1)으로 이동시켜 성장률이 떨어지는 대신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발생한다.




1913년 Fed가 설립 이래로 '인플레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목표를 잘 수행한 의장일수록 시장의 예상을 그대로 따르는 '순응적 선택'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Fed의 의중을 잘못 읽거나 의중을 읽었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우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역행적 선택'을 하는 전례가 시간이 지나면서 많아졌다.

역행적 선택이론은 최근처럼 통화정책 결정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정보 경제학의 한 부류로 조지 에걸로프 교수가 주장했다. 초기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4년 Fed 의장으로 임명됐던 재닛 옐런(현재 조 바이든 정부의 재무장관)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이론이다.

Fed는 가장 중시하는 인플레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는 통화정책 추진여건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체크 스윙(check swing)' 차원에서 역행적 선택을 활용한다. 인플레 성격을 잘못 판단해 너무 빨리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간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너무 늦게 추진하다간 '그린스펀 실수(Greenspan’s failure)'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두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공존하는 여건에서 Fed가 어떤 행로를 걷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d는 2012년부터 '인플레 안정'에다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 간에 충돌될 때는 금리를 뒤늦게 올렸던 2022년 3월 이전까지는 후자에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우선순위를 더 두고 있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는 인플레가 우려되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다(통화정책 불가역성). 2021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Fed가 2013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트리블 버블(금융완화 버블+인플레 버블+테이퍼링 지연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금융완화를 고집했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뒤늦게 인플레의 심각성을 인식한 Fed는 2022년 3월에 가서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통화정책의 생명은 '선제성(preemptive)'이다. 이 전제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는 의도했던 목적 달성이 지연되면서 금리인하로의 정책 전환도 늦어진다. Fed의 경우 작년 9월에 가서야 피벗을 단행했다. 최근에 인플레가 재발하는 것은 뒤늦은 피벗 요인도 가세되고 있다.



피벗을 단행한 지 6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속도 조절과 종료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트럼트 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앞으로 공급측 비용요인이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공급망 분야의 석학인 미국 메세추세츠 공대(MIT)의 요시 셰피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부과로 미국 상품 소비가 증가하면 소매, 유통, 제조, 원자재 순으로 공급망이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수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이른바 '채찍 효과(bullwhip effect)'가 나타나 인플레가 증폭된다고 주장했다.



간단한 예를 들러보면 하루 100개의 라면을 팔고 5일분의 재고를 가져가는 소매상이 하루 판매량이 200개로 늘었다면 재고분 1000개를 맞추기 위해 800개를 더 주문해야 한다. 이때 하루 100개에서 800개로 주문이 늘어난 유통업체는 제조업체에게 생산을 늘려줄 것을 독려하고 제조업체는 식자재 업체에게 추가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수급 불균형이 증폭돼 공급망이 붕괴된다는 것이 채찍 효과의 골자다.



채찍 효과가 총수요와 총공급 요인 간 악순환 고리의 주범이라면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은 역(逆)채찍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빠르고 강하게 가져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디지털 콘택트 추세의 급진전으로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나타날 때는 급진적인 출구전략 등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팬 차트(pan chart)로 각국의 인플레 정도와 금리인상 확률을 판단해 보면 선진국들은 중심축(pivot state)에 몰려 있다. Fed를 시작으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곧바로 금리인상 국면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일부 신흥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선진국 금리인상에 따른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인플레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



문제는 주로 총수요 대책인 금리인상을 서두르더라도 과연 인플레를 잡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급한 금리인상은 성장이론에서 실제성장률과 균형성장률, 잠재성장률이 같은 황금률(golden rule)이 유지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해로드-도마의 칼날 이론’에 비유된다. 칼날 위를 타는 무속인이 떨어지면 상처가 깊게 난다.



Fed가 앞으로 금리인상 국면으로 전환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성장 훼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미국 경기 향방을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마저 흔들린다면 세계 경제는 장기침체를 예고하는 재침체(double dip)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1960년 이후 15차례 걸쳐 장단기 금리 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과 같은 투자의 구루가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 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판단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 모델이란 장단기 금리 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동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결국 인플레를 잡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성장 훼손은 재정정책이 보완해줘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행동주의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빚내서 더 쓰자'는 현대통화론자(MMT·modern monetary theory)의 주장에 조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콘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현대공급중시경제학(MSSE·modern supply-side economics)으로 맞섰다.



MSSE의 논리는 이렇다. 최근처럼 금융완화에 따른 숙취와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정책목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1980년대 초반의 레이거노믹스처럼 단순히 세율만 낮춰서는 안되고 1930년대 뉴딜 정책처럼 사회간접자본(SOC) 등 국가 인프라를 개조하는 공급확대정책을 추진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옐런의 주장이다.



‘미국 재건법’으로 통칭되는 MSSE는 알버트 허쉬만 교수가 주장하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를 잡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 면에서도 디지털 시대에 자신의 능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고용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중하위 계층의 일자리를 늘려 공유 경제 목표에도 부합할 수 있다.



MMSE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관세, 불법 이민 색출에 따른 임금인상 등으로 인플레 요인이 많은 여건에서 대선 과정에서 공약안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 인플레를 더 올릴 확률이 높다. 트럼프 정부도 MMSE와 같은 획기적인 발상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집권 1기 실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