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 상법 개정안 거부권…"자본시장법이 대안"

<앵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습니다.

기업의 경영 환경에 큰 혼란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전범진 기자

<기자>
예, 한덕수 권한대행은 오늘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지난달 단독처리한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국회로 돌아가 다시 표결을 거치게 되는데, 통과에는 국회의원 300표 중 200표가 필요해 사실상 의결이 무산됐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직무 수행 과정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대행은 "법률안의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기업의 이사가 어떻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지 명확하지 않아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습니다.

불명확한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 이사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것이란 재계의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설명입니다.

한 대행은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윤한홍 정무위원장을 통해 사실상의 자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 개정안은 상장사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물적 분할 뒤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일반 주주들에게 신주 일부를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나아가며 일반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게 한 대행의 논리입니다.

한편 한 대행은 이날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1.5%에서 43%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공포했습니다.

<앵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재계와 투자자들은 물론, 정부 기관장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 논쟁적 사안 아니었습니까

거부권 행사 이후 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경제인협회와 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다행스럽게 평가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처방이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본시장법의 소관 부처 수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와 앞서 열린 간담회에 참여해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총리공관 앞에 모여 한 대행을 규탄하고, 거부권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야당은 재표결 추진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한 대행 탄핵 재추진 등을 놓고 고민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상법 개정안에 반대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유일한 공개일정인 임원회의에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원장이 국무회의를 앞두고 금융위와 법무부에 거부권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상법 개정안 통과에 직을 걸겠다고 밝혔던 만큼 가까운 시일 내 거취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경제TV 전범진입니다.